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성바오로 안나의 집(경북 군위군 부계면 가호 2동 530-3)에서는 매월 넷째 주 월요일마다 점심식사로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실비양로원인 이곳에서 벌써 5년째 자장면 봉사를 하고 있는 천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천사회’는 20여 년 전 대봉성당에서 같은 쁘레시디움 레지오 단원 4명이 만든 작은 모임이다. 처음에는 다같이 성지순례를 가자는 목적으로 매달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며 친교를 쌓아왔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각자 다른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모임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던 중 단순한 친교뿐 아니라 뜻 깊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해 보자는 의견을 모아 안나의 집에서 짜장면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은 4명이었지만 한 명이 주님 곁으로 먼저 떠나버린 지금은 대봉성당 근처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환(대건안드레아, 대봉) 씨를 중심으로 김태기(안토니오, 복자) 씨, 정용수(프레드릭, 경산) 씨와 회원들의 아내들이 함께 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안나의 집을 방문한 2월의 넷째 주 월요일, 오전 11시쯤 천사회 회원들이 도착했다. 김태기 씨는 “자장면 준비를 위해 김영환 씨와 그의 아내 정점순(안나) 씨가 가게가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짜장소스를 만들고 반죽을 준비해 온다.”면서 “모든 준비는 김영환 씨 부부가 다 하고 우리는 그저 옆에서 조금 도울 뿐”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식사시간이 다가오자 어르신들이 짜장면을 드시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 해 온 반죽으로 즉석에서 뽑아 낸 탱글탱글한 면발에 정성껏 준비한 짜장 소스를 얹어낸 짜장면은 한 눈에 보기에도 군침이 돌 정도로 정말 맛있어 보였다. 성바오로 안나의 집 손 골롬바 수녀는 “어르신들이 천사회 자장면을 무척 좋아하신다.”면서 “오시기 2~3일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물어볼 정도로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천사회에서는 회원들의 회비로 필요한 기계와 주방도구 등을 구입하고 매달 재료비로 사용하고 있다. 김영환 씨는 “처음에는 일 년 동안만 봉사할 생각이었는데 우리를 기다려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는 생각에 힘들 줄 모르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면서 “다만 매번 준비하느라 애쓰는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김태기 씨는 “여기와서 우리가 얻어가는 것이 더 많다.”면서 “올 때는 상쾌한 마음으로, 갈 때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항상 기쁘게 돌아간다.”고 하였다. 정용수 씨는 “봉사는 하면 할수록 그 기쁨과 보람이 모두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 같다.”며 “맛있게 드시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주님 곁으로 먼저 떠나간 남편을 대신해 함께 봉사하고 있는 김현이(데레사, 대봉성당) 씨는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면서 “남편을 기억하며 기도하겠다는 할머니들의 따뜻한 정 때문에 항상 기다려진다.”고 했다.
 
 
천사회는 지난 5년 동안 거의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봉사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하다. 송 골롬바 수녀는 “지난 번에 김영환 형제님이 일본 출장으로 못 오시게 되었을 때는 다른 요리사를 보내주셨다.”면서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와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은데도 항상 밝은 표정으로 오시는 회원들이 무척 고맙다.”고 했다.
김영환 씨는 “어느 해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안나의 집으로 향하는 마지막 오르막에서 차가 올라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되돌아 온 적이 있다.”면서 “그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고 하였다. 김태기 씨는 “짜장면 봉사는 어르신들과의 약속이자 우리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언제까지 봉사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힘 닿는 그날까지 계속 하겠다.”고 말하는 천사회 회원들. 앞으로 그들의 활동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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