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복지는 전통적으로 ‘보호’와 ‘자립’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축으로,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립이 어려운 사람은 보호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자립의 개념도 신체적, 정신적 기능의 자립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적, 발달장애인은 시설이나 타인의 도움을 통해 일생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립’의 개념은 사회적, 경제적 자립만이 아니라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을 자립으로 보고 있다. 이에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가족들은 거주에 대한 선택 및 참여에 대한 권리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09년부터 장애인시설을 30명 이하의 소규모시설로 전환하고, 대형시설도 분산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에 따라 체험홈, 거주홈 등도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카리타스 남구 보금자리와 같이 그룹홈형 시설도 설치, 운영되고 있다.
2011년 3월 독일의 프라이부르그에 있는 “Ambulante Dienste im Uberbick(장애인이용서비스센터)”를 방문하였다. 그곳은 자립생활자와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를 가진 150명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곳이었다. 자기결정과 선택의 수준, 지원방식이 궁금했는데, 온전히 자기결정과 선택에 의해 단독가구 또는 2~3명이 함께 살거나 가족과 함께 살기도 한다고 했다. 거주의 형태에 따라 지원이 다양하게 진행된다고 하자 누군가 질문을 했다.
“간질이 있는 지적장애인이 독립생활을 희망하여 단독가구로 생활할 경우 위험요소가 많지 않을까요? 혹 그런 경우 법적, 행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나요?” 이에 관계자는 “물론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지원과 함께 지역 인프라 구축을 통해 위험요소를 제거하려 최선을 다합니다. 이후 그런 일이 있다고 법적으로 센터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우리 환경과 달라 그곳은 후견인제도의 정착, 개인별 의사소통기구 지원, 지역 내 다양한 서비스기관의 인프라 구축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유럽에서도 장애인종합시설로 유명한 St. Josefshaus(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종합시설) 중 시설분산화를 통해 30명이 살고 있는 그룹을 방문했다. 1인 1실의 개성이 넘치는 방, 가구, 실내장식 등 어느 방도 같은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직원들은 그들의 출퇴근시간에만 지원하고 청소, 세탁, 식사 등 가사와 여가를 모두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한다고 직원이 안내하였다.
누군가 이렇게 질문했다. “혹시 장애인들에게 그런 일을 하게 한다고 노동력착취, 인권침해라고 하지는 않나요?” 그러자 직원이 웃으면서 “여긴 호텔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집에서 세탁, 빨래, 청소를 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물론 그곳에도 자립이 어려운 중증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의료 인력이 있는 그룹에서 간호와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자기결정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지역에 이바지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자기결정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침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한 자기결정에 대한 개념정립과 제도장치에 대한 논의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보다 앞서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자기결정을 가능케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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