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저렇게 바늘처럼 가늘어서
그 자체로 이미 꽃 같은 삶이다
잎이 몸과 다르지 않고 보면
이미 그 자체로 생은 꽃이다
바람이 조금 세게라도 불면
큰 나무들은 온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눈물처럼 잎을 뚝뚝 떨어뜨려 울지만
꽃잔디는 말도 없고 흔들림도 없다
한 송이 눈이 내려도 휠 것 같고
한 줄기 비가 내려도 꺾일 것 같지만
무엇에도 휘지도 않고 꺾이지 않는다
작아야 허물이 줄어든다는 것을 안다
그러고도 몸보다 휠씬 큰 꽃을 피운다
자신을 위해서는 작게 가지려 하고
남을 위해서는 크게 하려는 삶이다
꽃잔디는 꽃을 피우지 않아도 꽃이다

* 약력 : 1984년 『분단시대』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들꽃을 엿듣다』 외 다수. 한국작가회의,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 『사람의 문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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