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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교구사와 우리의 사명


정인용(바르톨로메오)|주교대리 신부, 3대리구장

교구 100주년을 기념한 지 어언 1년이 지났습니다. 이제야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3대 사업 중의 하나인 ‘교구 100년사 편찬’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화보집과 함께 ‘본당사’와 ‘연대표’가 정리되는 여름 무렵이면 발간되어 배부될 예정입니다. 비로소 우리는 손쉽게 우리 교구 100년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그동안 여러 편찬위원들의 노고의 결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구대교구 100년사 편찬은 이문희(바울로) 대주교님께서 ‘교구사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시면서 시작되었다 할 수 있으니 햇수로는 꼭 30년 전의 일입니다. 그동안 위원회의 위원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만 일찍부터 교구의 사료들을 찾고, 모으고, 정리하는 데 모두 힘써 왔습니다. 본격적인 편찬 작업은 2004년부터 이루어졌는데, 이후로 많은 사료들이 정리되어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부터 새로운 편찬 실무진이 구성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고 편찬에 관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신앙 선조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100년 전에 조선대목구에서 분할하여 대구대목구라는 이름으로 세워졌습니다. 처음 교구가 시작되었을 때는 미약하고 부족했고 모든 여건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역사가 진행됨에 따라 수많은 진퇴(進退)와 기복(起伏)을 겪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같은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분명히 한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어 여러 교구를 분가하고 오늘날에는 이렇듯 큰 교구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그야말로 나쁜 것도 교훈으로 삼도록 바꾸어 주시는 하느님의 크신 은총이며, 교구를 이끄셨던 교구장님들과 교구의 성장에 헌신하셨던 분들,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사랑과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구 역사는 하느님께서 이끌어 가시는 총체적인 구원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우리 선조들께서 그러하셨듯이 우리 또한 역사 속에 살아가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써 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에 의해 세상에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존재 자체가 세상에서, 또 역사에서 중요한 의의가 됩니다. 그러나 그것뿐만이 아니고 세상 안에서, 역사 안에서, 교회 안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본분을 다하는 책임도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이 책임은 점점 더 우리에게 무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이미 이 사회가 대중화(大衆化)의 시대가 되어버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는 영웅이 이끄는 세상이 아니라 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세상입니다. 교구의 일도 우리를 이끄는 목자와 함께 우리 모두가 참여할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교구 제2차 시노드’와 ‘100주년 기념 대성전 건립’이라는 100주년 기념사업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누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 교구의 앞날을 계획하는 것보다 모두의 관심과 참여 속에 앞날을 열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어떤 사람이 거액을 봉헌해서 성전을 건립하는 것보다 우리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희생으로 참여하는 것이 더욱 뜻 깊은 일이 됩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우리 모두의 참여가 요구될 것이고, 그것 없이는 뜻있게 성취되는 일 또한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교구는 새 시대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우리 교구가 새 시대를 향해 나아가면서 우리의 참여를 요청하는데 그것을 모른 척하고 외면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하느님 앞에서, 역사 앞에서 가장 불행한 처신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모두가 새 역사의 주인공으로 후손에게 물려줄 훌륭한 역사를 써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이렇듯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신 선조들과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하느님 나라에 계시는 선조들께 저희 교구를 굽어보시고 저희 교구를 위해 하느님께 끊임없는 간구를 드려주시도록 부탁드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