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걸작품은 뭘까요? 성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창세 1,27)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걸작품,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우주 만물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과 대화하며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존재입니다.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고 세상의 관리자로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협력자가 됩니다.
창조 이야기의 두 번째 설화는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줍니다.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창세 2,7) 인간은 하느님의 숨결로 생명을 얻었고 영혼을 통해 하느님의 모습을 간직한 영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과 친교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갈 영혼과 육체로 하나인 존재입니다. 이렇게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인간 생명이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 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셨다.”(창세 1, 27) 처음부터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똑같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존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주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위한 존재이며 서로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하느님 창조사업의 협력자인 것입니다.
이런 인간에게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한 세상을 관리하도록 맡기셨습니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창세 1, 28) 인간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고, 남녀를 비롯한 모든 인간 상호 간에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또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갈 책임을 하느님께 부여받은 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로봇처럼 조종하려고 하지 않으셨고 자유롭게 에덴동산에서 살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자유의 제약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느님의 생명을 잃지 않도록 분명한 선을 그어주신 것입니다. ‘선과 악’의 결정은 하느님의 권위에 속한 것임을 밝히신 것입니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양심을 따라 선을 추구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어떤 행동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택이 인간의 몫이 되었듯이 그 책임 또한 인간에게 주어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으로 하느님의 명을 어깁니다. 뱀이 여자를 유혹하고 여자가 아담을 유혹해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자연과 인간 간의 조화, 창조질서가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영원한 생명을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원죄’라고 합니다. 지금도 우리 안에는 이런 죄의 성향이 있고 실재로 죄를 지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을 그냥 죄의 상태로 버려두지 않고 다시 깨어진 관계를 회복시켜주고자 하셨습니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창세 3,15)
이 구원에 대한 약속과 희망이 먼 훗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마침내 성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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