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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성월에
천상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자애(慈愛)를 찬미합시다


어느 노(老)사제의 성모 성월 강론

5월입니다. 연중 가장 아름답다는 신록의 계절이지요. 이 달에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이 달을 천상의 어머니인 성모의 달로 지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말마디가 둘 있다고 하는데, 바로 ‘어머니’와 ‘사랑’이란 말이 그것입니다. 이 두 단어를 합하면 ‘어머니의 사랑’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진실하며 희생적인 것이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자녀가 병들거나 고통 받을 때, 어머니는 그 괴로움을 대신 받고 싶어 합니다.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나 그릇된 길을 걷고 방황할 때, 하루 속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기도하는 부모의 심정, 바로 어머니의 자애롭고 애절(哀切)한 마음을 우리는 특히 이 5월에 깊이 깨달으며 성모의 성월을 더욱 거룩하고 의미있게 보내야 할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천주성자의 어머니이시며 천상천하의 모후(여왕)이시고 인류와 교회의 어머니이십니다. 성모님은 세상구원을 위해 당신 아드님 곁에서 끊임없이 빌으시며 풍성한 은총이 세상에 내리기를 성부와 아드님께 간절히 청하십니다. 성모님은 신앙을 버리고 교회를 떠난 많은 자녀들이 속히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눈물로 간청하십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세상에 위급한 상황이 닥치고 교회가 신앙을 잃거나 흔들릴 때, 성모님께서는 이미 성경에서 누누이 가르쳐 온 구원의 길, 즉 회개하고 복음을 믿고 주님의 길만을 뒤따르라는 메시지를 주시곤 했습니다. 특히 19~20세기는 서구의 지식인들이 자유(自由)와 이성(理性)의 가치를 높이 받들고 유물론과 인본주의 및 과학만능을 부르짖으며 하느님과 신앙 나아가 교회를 버리거나 부인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합리주의자들은 복음서의 모든 기적을 날조한 것 또는 신화(神話)로 간주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하느님(그리스도)께서는 신앙을 잃고 하느님을 등지고 교회를 떠난 이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성모님을 통하여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회개의 길, 즉 하느님과 교회의 품으로 돌아오는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어머님의 모성적 중개성과 끝없는 자애, 천상모후의 권능을 통하여 당신의 구원능력과 섭리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자비로우신 아버지를 버리고 신앙의 보금자리인 교회를 떠나 방황하는 이들이 아버지의 품으로 속히 돌아와 자녀의 본래 품위와 구원의 기쁨을 누리도록 자애로운 어머니께서는 거듭거듭 호소하며 애타게 간청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19~20세기에 걸쳐 여러 장소에 발현하신 성모님의 역할이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세계를 한 번 살펴봅시다. 오늘날의 세계를 흔히 ‘지구촌’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세계는 교통 및 통신수단의 발달, 더욱이 매스미디어(Mass Media)-라디오,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등 신속한 대량전달매체-로 인해 하나의 사회, 한 울타리 안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즉 지구라는 조그마한 행성(行星) 안에 70억 인구가 모여 살면서 운명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종교간, 국가간, 민족 내지 인종간 곳곳에서 전쟁과 반목, 증오와 갈등으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소수의 경제대국과 많은 저개발국-더욱이나 극빈국-간의 빈부격차는 마치 성경에 나오는 부자와 라자로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지구상에 잉여농산물이 있는데도 매일 수만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고 점점 심각해지는 자원고갈, 기후변화 및 이로 인한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 인간이 개발한 현대 첨단과학의 예측불가능한 미래, 나날이 심각해져 가는 천재지변과 그로 인한 엄청난 피해 등으로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더욱이 물질적 풍요와 육체적 안락에서 오는 유물론과 배금(拜金)사상, 쾌락주의와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퇴폐풍조의 만연 등등, 이러한 것들이 이미 신앙을 잃고 있는 오늘날의 교회(하느님의 백성)를 더욱 속화(俗化)하고 하느님과도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요? 

주 그리스도님의 길-십자가의 길-을 본받고 뒤따라야 할 하느님의 백성마저 구원의 능력이요 하느님의 지혜인 십자가의 길을 외면하려 하고 이에 따른 극기, 절제, 희생, 보속, 이웃에 대한 봉사 등의 십자가의 영성은 점점 바래어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세상의 빛과 땅의 소금,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야 할 하느님의 백성이 속된 세상을 구원의 길-생명이요 부활이신 그리스도-로 인도할 힘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요? 내가 일어설 기력이 없는데 어떻게 쓰러진 이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우리는 교회가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잃고 있는 그만큼 우리 자신의 신원과 품위(하느님의 모상)를 손상하고 있으며 또한 세상을 향한 복음 선포도 그 효과가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습니까?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선의 회개요 신앙의 회복일 것입니다. 주 그리스도께 대한 생생한 믿음과 온전한 희망, 열렬한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하고 또 세상을 복음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란과 위기, 불확실성과 불안의 시대에 하느님께서 또 성모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오직 회개하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뒤따르는 것뿐입니다. 성모님께서 파리, 라살렛뜨, 루르드, 파티마, 보랭, 바뇌 등지에 발현하신 것처럼 만일 오늘날 우리에게 발현하신다면 어떤 메시지를 주시겠습니까? 여전히 2천 년 전 주님께서 외치신 말씀, 즉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 15)는 말씀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직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 그리스도만을 믿고 바라보고 살아야 하며, 성자의 곁에서 세상구원을 위해 끝까지 빌으시는 성모님의 마음(성심, 聖心)을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성모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애로운 마음과 애통한 심정으로 세상을 굽어보시며 우리를 위해 빌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 천상의 모후이시며 교회의 모친이시요 보호자이신 성모님, 우리를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