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올리는 기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기도가 묵주 기도일 것이다. 세례 때 교리반 공부 개근상으로 받은 성모상 덕분인지 유달리 성모님은 내게 늘 가까이 계신다.
묵주는 비즈(beads : 묵주알)의 다양화로 색도, 묵주 알의 크기도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예전에는 나무로 된 묵주가 많았다. 죽을 때도 가져가는 나무 묵주는 썩어 없어지는 물질이라 무덤 속에 넣어주곤 했던 걸 보아 죽어서도 인간의 염원이 살았을 때처럼 이루어지기를 바랐고, 삶에 대한 용서를 통해 그들의 구원을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기도하는 데 쓰이는 도구가 곱다고 해서 기도가 더 잘 된다거나 더 안 될 것은 아니지만 예쁜 묵주에 내 두 눈이 쏠렸던 것은 사실이다. 때로는 형형색색의 묵주팔찌가 좋아 보였고, 은은한 진주 빛과 단아한 흑장미 모양의 묵주도 반기었다.
내게는 선물로 받은 묵주도 있고 내가 누군가를 위해 선물하고자 마련한 묵주도 있다. 성지순례를 가면 으레 묵주를 사온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할 것처럼…. 그러나 선물 받은 묵주도 그러하거니와 선물할 묵주도 묵주 보석함에 넣어 놓고 시간이 나면 그것들을 구경하며 즐거워했고, 묵주를 많이 보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나였다. 마치 묵주 모으기를 하는 것처럼. 묵주를 사각 상자 안에 오랜 세월 가두어 놓는다는 것은 그리 어여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느낀 요즘에 와서, 내게 선물한 묵주의 주인을 위해 기도하고, 그 묵주를 진실로 기도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내가 사둔 묵주는 내게서 떠나갈 때 간절한 이의 소망이 기도로써 이루어지기를 그들처럼 소망하며 보내 주기로 하였다. 묵주는 기도해 줄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최고의 가치를 발하는 것인 줄 아는 지금에서야 묵혀둔 묵주를 세상 밖으로 보낼 수 있음이 스스로는 기쁨이고 타인들에게는 부끄러운 고백이 될 수 있겠다.
기도는 나를 위해 하는 것보다 남을 위해 기도할 때 주님의 은총이 밤하늘의 별처럼 내려진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지난해 부활 즈음 내 마음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부터 성모당을 찾았고, 열흘 간격을 두되 그 안에 한 번 성모당에서 내 마음의 진실을 캐물어보는 기도를 하게 되었던 것이 이제는 습관처럼 성모당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성모님께 드리는 이 묵주기도 속엔 내 이기(利己)의 기도만이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타인을 위한 기도가 훨씬 더 많았음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살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삶의 기로에 선 사람으로서 그 방향을 모색해 나아감에 있어 연약한 인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을 성모님은 이미 알고 계셨다. 모든 것은 다 지나 가겠지만 끝내 잊히지 않는 이야기들은 묵주 한 알, 한 알에 고이고이 맺혀 있다가 언젠가는 장미꽃이 되어 그 꽃잎 흩어져 날아가리라.
내 팔에 끼워진 묵주팔찌가 햇살을 담아 더욱 고운 색으로 돋보인다. 내 삶도 묵주 기도를 통해 햇살 머금은 삶으로 더욱 반짝이기를 바라고, 내가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기도해 주고 도와준 많은 은인들에게 고마운 인사로 이 시간 조용히 눈감고 묵주 기도를 드려보련다. 그 분들의 삶도 햇살처럼 눈부시기를!
* 약력: 대구가톨릭문인회원, 대구수필회원, 영남아동문학회원, 한국수필, 문학예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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