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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삼사라(The Samsara, 2001)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2)

거룩한 부르심인 ‘성소(聖召)’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수도자와 성직자에게 주로 쓰였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성소란 더 이상 수도(사제)성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성소, 독신성소와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 것으로 모든 성소에는 하느님의 부르심이 담겨 있어 그 성소를 사는 이들의 충실성이 함께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수도성소를 살면서 결혼성소에 마음을 두거나 그 반대로 결혼성소를 살면서 수도성소에 마음을 둘 때, 그 삶은 결코 그 사람을 하느님께로 이끌지 못한다. 이번 달에는 성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 〈삼사라〉를 소개한다.

어린 시절, 절에 들어와 수도승이 된 타쉬는 3년 3개월 3일 간의 힘든 수행을 마치고 절로 돌아오지만 갑자기 찾아온 성적 욕구를 주체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 만난 페마를 마음에 두게 되고, 세속의 삶의 허무함을 경고하는 스승을 뿌리치고, 포기하기 위해서는 세속을 먼저 알아야 한다며 절을 떠난다. 페마에게로 간 타쉬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된다. 아이를 낳고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는 등 많은 일을 하지만 아내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여기에 스승의 죽음을 알게 되고 스승의 유언을 듣게 된 타쉬는 아내와 아이를 남겨둔 채 다시 절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 갈림길에서 페마를 다시 만나 자신의 가족이 받아야 하는 고통과 수도승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의 번뇌에 시달린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불교 수도승으로서의 타쉬의 수도성소는 가톨릭의 그것과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성소에 대한 후회와 함께 그 성소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된 것이 아니기에 타쉬는 본능적인 욕구를 따라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삶에서의 기쁨도 잠시 뿐이고, 아내에 대한 충실함을 지키기보다 다른 이성에 대한 관심과 성적 욕구에 빠져든다. 이러한 반복되는 과정에서 타쉬는 스승의 유언인 “수많은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과 한 가지 욕망을 정복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중요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번뇌와 허무함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렇지만 야반도주해서 다시 절로 돌아간다 해도 이미 아내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두 번째 떠남은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성소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많은 경우 그 시작에서부터 깊은 고민과 식별이 없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너무 어린 나이에 선택을 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타쉬의 삶처럼 욕구와 갈망은 다른 삶을 산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꿈으로써 해결하기 보다는 주어진 성소에 대해 보다 영적인 접근으로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욕망과 결핍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이를 위해 어떻게 기도하고 있는지, 이러한 일련의 영적인 깨달음의 과정이 즉흥적인 결정을 피하게 하며 보다 성숙한 성소로 이끌게 하는 것이다.




* 터닝포인트

- 타쉬가 강에서 몸을 씻는 장면(54:17~56:19)
절을 떠난 타쉬가 강에서 몸을 씻고 평복으로 옷을 갈아입자, 그를 잘 따르던 개(칼라)는 더 이상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의 정체성이 바뀌었음을 드러내는 이 장면은 앞으로의 삶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임을 암시한다. 참고로 영화 후반부에 타쉬가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다시 절로 돌아가기 위해 강에서 몸을 씻는 장면이 다시 나온다.(2:01:38~2:02:48)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자신이 선택한 성소의 의미를 얼마나 깨닫고 있는가? 충실하게 살려고 하는가?
-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다양한 성소를 알려주려고 노력하는가?
- 성소의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식별하고 해결하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