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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다
낙법(落法)


권순진(안드레아)|시인, 동촌성당

유도에서 맨 먼저 익혀야할 게 넘어지는 기술이다
자빠지되 물론 상하지 말아야 한다
메칠 생각에 앞서 패배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훈련
거듭해서 내동댕이 쳐지다보면 바닥과의 화친이 이루어진다
몸의 접점이 많을수록 몸은 안전해지고
나아가 기분 꿉꿉하지 않고 안락하기까지 하다
탁탁 손바닥으로 큰소리 장단 맞춰 바닥에 드러눕는 것이
더러는 보는 이에게도 썩 흐뭇하게 느껴진다
머리를 우선 낮추고 몸을 둥글게 말아 구르니
넘어진들 몸과 마음이 상할 리 없다
어깨에 얹힌 힘을, 발목에 달린 힘을, 모가지에 붙은 힘을
죄다 빼고 헐거워져서야 마음도 둥글어진다
그때서야 엉덩살은 왜 그리 두껍게 붙어있는지
넘어지고서도 다시 일어서야할 생각은 왜 솟아나는지
누운 자세에서 깨달으며 무릎 세운다


 

* 약력 :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 계간 『시하늘』 편집위원, 월간 『스토리문학』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