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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와 함께 하는 생명의 문화 확산을 위한 연중캠페인
잊혀진 이주민들


김선규(세바스티아노)|가톨릭근로자회관 사무국장

찬미예수님! 저는 천주교 유지재단 소속 이주사목기관인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근무하는 김선규(세바스티아노) 사무국장입니다.

어느새 2012년의 절반이 다가 왔습니다. 실감나진 않지만 벌써 휴가계획을 짜고 있는 상담직원의 전화통화에서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저희 기관에서는 5월 6일(일)에 교구 총대리 이용길(요한) 신부님의 주례로 이주민과 교구민이 어울려 계산주교좌성당에서 다문화 미사를 봉헌하였고, 그 부대 행사로 약령시에서 현대백화점을 지나 계산주교좌성당까지 필리핀·베트남 이주민들이 준비한 성모님 행진이 있었습니다. 마침 약령시 축제와 어울려 많은 지역민들에게 가톨릭에 대해 알리고,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행사를 같이 준비하고 진행했던 이주민들도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으로만 느껴졌던 한국에서 많은 한국인의 축하와 격려에 자국의 행사를 진행하고 문화를 알린 소중한 시간에 대해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며 “내년에도 하는 거지요?”라고 물으며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어요.”라고 말합니다.

이주(移住)의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좀더 좋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한 결혼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고국을 떠나고 제2의 고향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다문화’란 말이 TV광고를 통해 등장하면서 이제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130만 명의 이주민이 한국에서 살고 있으며, 거리에서 만나더라도 그렇게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정책상의 문제로 다문화가정이라고 불리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는 많이 부각되어 있고, 그 결과로 국회의원도 생겼지만, 이주민 중 70% 이상(비전문 취업, 중국교포 포함)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들의 시각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들은 100만 청년실업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사업주와 동료직원들의 언어적·물리적 폭력과 노동을 제공하고도 정당한 임금과 퇴직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각종 질병과 산업재해 속에서도 잘못된 법제도로 인해 근무지를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은 고립된 상황 속에서 성폭력문제, 여성의 모성권 박탈문제로 더 큰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등록 이주노동자에 비하여 늘 불안한 삶을 살아가야 하며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법체류라고 부르는 사회 속에서 무의식적인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체류법상 법을 지키지 않았을 뿐 노동법 등 기타 법률에서는 한국인과 똑같은 법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가끔 사무실로 걸려오는 신자들의 전화를 받곤 합니다. “불법체류자들인데 왜 가톨릭에서 도와주고 있느냐?”는 물음에 한국의 법제도를 어겨가면서까지 무조건적인 옹호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과 그들이 겪는 인권차별, 권리, 고통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이는 과거에 독일로 파견 나간 파독광부, 간호사 분들이 겪었던 문제였고, 우리의 자녀들이 유학 중에 현재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필리핀 이주노동자 한 사람과 상담을 하였습니다. 근무처를 옮기기 위해 통역을 부탁하여 취업 알선장에 나온 회사에 전화를 하고 면접을 볼 수 있게 해주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취업을 못해 걱정스런 마음에 “구직 기간이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어떤 회사를 원하는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저는 매주 미사를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일요일에 쉬는 회사를 찾고 싶은데 잘 없네요. 그 전 회사도 한 달에 한 번밖에 미사를 못 드려 그만뒀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미사를 언제, 어디서든 드릴 수 있는 편안한 곳에서 살고 있으면서 핑계를 대며 살고 있었구나.’하며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현재 그 필리핀 이주노동자는 매주 왜관에서 가톨릭근로자회관까지 방문하여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또 지역성당의 초대로 이주민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적이 있습니다. 그 초대에 응하기 위해 2주일 전부터 근무를 주간으로 바꾸고, 회관에서 사업체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하고 외출을 허락받고 바쁘게 미사를 준비하였습니다. 한국 신자들의 만족스런 표정에서 준비의 피곤함을 잊어버립니다. 그날 강론 중에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습니다. “이들을 불쌍히 여기지 마십시오. 동정도 하지 마십시오. 더 잘해 주지도 마십시오. 다만 법에서 정한 대로 우리와 똑같이 대해 주십시오.”

이제는 이주민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시기가 왔다고 봅니다. 우리가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무조건적인 수혜나 도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영원히 우리의 이웃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와 똑같이 활동하고 생활 할 때 다 같은 하느님의 자녀로 이 땅에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또그들도 대한민국의 훌륭한 민간외교관이 될 겁니다.

지금은 교구의 배려로 자국어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공간과 교구민들의 도움으로 이주민들은 기본권 중의 하나인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만큼은 등록 ·미등록을 따지지 않고 행복한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늘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심에 감사드리고, 모든 분들과 그들의 가정이 주님의 축복 속에서 늘 행복한 날을 보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