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①
성당에 처음 오신 분들께 배일규(바오로)|송현성당
찬미예수님! 천주교에 입교하여 세례를 받은 배일규 바오로입니다. 저는 아들의 권유로 입문하여 9개월 동안 교리를 배워 2011년 11월 19일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천주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제가 오늘 성당에 처음 오신 여러분들께 인사말씀을 하게 된 것도 주님의 뜻이라 믿고 지난 1년간 제게 일어났던 일들과 솔직한 마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의 천주교 입문은 두 아들과 동생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군 입대 후 훈련소에서 초코파이를 가장 많이 주어 성당에 갔다고 하여 ‘초코 라파엘’이라고 불린 작은 아들과 군에서 2주 만에 세례를 받은 엉터리 신자인 큰 아들이지만, 제대 후 식사할 때나 운전할 때 그리고 매사에 감사기도를 드리며 착실하게 천주교인으로 생활하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또 25년 전 계산성당에서 혼인성사를 한 뒤 미국에 살고 있는 동생의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봉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진실한 천주교인의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저와 아내는 부모님과 다른 종교를 생각할 수도 없었고, 그저 부모님을 따라 불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 채 신자도 비신자도 아닌 상태에서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큰 아이를 따라 아내가 먼저 성당에 가게 되었고 곧이어 3월에 신입신자 환영회가 있다고 해서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입문을 하게 되었지요.
교리수업이 시작되고 2개월 동안은 지금까지 제가 배워왔던 이성적, 과학적 관점과 교리와의 차이점 때문에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가 되면서 주님의 말씀을 저의 부족한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이 대단히 교만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9개월 동안의 교리교육 중에 저는 두 번의 성지순례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으며 저희를 위해 매주 수고해 주시는 선생님들과 수녀님 그리고 강론시간이면 재치와 유머로 언제나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신부님으로부터 근엄함과 어려움 대신 가족처럼 대해 주시는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큰 문제점은 평생을 절에 다니시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사신 어머니를 모셔 오는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 어머니께서도 가족의 화합과 저희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어려운 결단을 하시고 저희 부부와 함께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이렇게 어머니께서 세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신부님과 수녀님, 교리 선생님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마침내 저희 가족은 성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시어 바깥출입을 잘 못하시는 어머니께서는 주일미사에 참석하시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고 기쁨입니다. 요즘은 주일마다 어머니께서 먼저 준비하시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실 정도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정식으로 교리를 배우진 못하셨지만 평화방송을 많이 시청하셔서 지금은 저희들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천주교 신앙을 가진다는 것, 특히 주일마다 미사에 참례해야 한다는 것이 일요일에 유독 많은 행사가 있었던 제게는 큰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교리공부를 시작한 후로는 주님께서 인도하신 것인지 제 자신의 노력 덕분인지 주일미사 참례에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시골집에 갈 때는 그곳에 있는 흥해성당에 들러 미사참례를 할 수 있었으니 오늘날까지 주일미사에 빠진 적이 없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제 자신을 믿고 ‘내가 주인이다.’라는 생각으로 살아 왔습니다. 참으로 교만하고 건방지게 살아 온 삶이었지요.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나 저를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이 느끼게 되고 그분을 믿고 의지하며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주님의 은총이라고 믿고 감사와 기도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도 각자의 특별한 사연과 동기가 있을 것입니다. 처음 오시는 것이 어렵지 한 번 결심을 하시고 천주교인이 되시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교리기간이 길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저의 경험으로는 꼭 필요하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교육이므로 끝까지 받으시고 하느님의 축복받는 아들, 딸로서 새롭게 태어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마당 ②
아치에스 행사를 하며 예복순(정혜엘리사벳)|동천성당 ‘자비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
2012년 3월 25일(일), 달력을 보고 또 보고 시계도 보며 성모님께 나를 봉헌하고 다짐하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날. 쁘레시디움 별로 단기를 들고 무리를 이루어 줄을 서서는 2층 강당으로 올라가며 단가를 부릅니다. 순간 콧등이 시큰거려옵니다. 저만치 한복을 입고 2층으로 올라가는 소녀 단원들의 모습에 시선이 멈춥니다.
2개의 꾸리아 안에 36개의 쁘레시디움 형제, 자매님들께서 한복을 입고, 양복을 입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속으로 기도드립니다. ‘성모님, 당신 보시기에 얼마나 좋으십니까! 오늘 이 선서식을 하는 당신의 아들딸들이 더욱 성숙하게 해주시고 당신의 위대한 목적을 이루는 도구가 되게 해 주소서.’
선서식이 시작되고 주임신부님께서 훈화로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말씀하시며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자기 시간을 성모님께 얼마나 기꺼이 잘 봉헌할 수 있어야 하는지” 일깨워 주시며 사형선고를 앞둔 재소자에 대해 들려주십니다. “재소자가 마지막 사형장으로 갈 때는 ‘잠깐만!’하며 1시간만, 아니 30분만, 아니 단 5분만이라도 시간을 달라고 하며 문 앞에 멈춰 선다.”고 하는 이야기를 신부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처럼 황금과 같은 시간이 나에게 주어져 있음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나는 성모님께 얼마나 기도하는 시간을 드렸던가? 아니다, 기도라기보다는 내 마음이 울적하고 괴롭고 허전할 때 나의 온갖 서러움을 다 털어놓고 울고 또 울면서 나의 아픈 상처들만 드린 것 같은 마음에 그만 눈물이 쏟아집니다. 사랑하올 어머니 성모님! 저 엘리사벳, 이제 성실한 딸이 되어 소외된 이웃을 찾아 외로운 교우는 없는지 잘 살핌으로써 성모님 품안에서 이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그 사이에 레지오의 백실리움 앞에 서신 우제진(마르첼리노) 주임신부님과 고태권(그레고리오) 보좌신부님께서 먼저 선서를 하십니다. “저의 모후 저의 어머니시여, 저는 오직 당신의 것이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옵니다.” 순간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는 중에 6명씩 차례로 나가서 선서를 하는데 강당에는 성가가 울려 퍼집니다. ‘어머니, 제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위로하여 주시고 의심이 들때 깨우쳐 주시며 방황할 때 붙들어 주시는 나의 어머니 성모님! 사랑합니다.’
독자마당 ③
소년 쁘레시디움 창단하던 날 최승재(루카)|범어성당 꼬미시움 서기
긴 겨울을 보낸 목련가지에 순백의 꽃봉오리가 실바람에 다칠세라 살며시 눈을 뜰 즈음 성모님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한 “루르드의 성모 소년 Pr.(30명)”과 “성모성심 소년 Pr.(15명)”이 창단되어 어린 단원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힘차게 단기를 나부끼고 사열하며 입장하는 모습은 성모님께서도 기뻐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3월 18일 저희 범어성당(주임 : 장병배 요셉 신부) 아치에스 행사의 뜻 깊었던 날을 적어 봅니다. 저희 본당은 57개의 쁘레시디움이 4개의 꾸리아를 구성하여 630여 명의 활동단원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늘 2% 부족한 느낌을 받아 왔습니다. 그것은 소년 쁘레시디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창단을 시도해 보았지만 어려움이 많아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주임신부님, 부주임신부님, 보좌신부님 그리고 수녀님들의 깊은 사랑과 관심 속에서 창단에 많은 협조를 해주시고 또 선뜻 단장 직책까지 맡겠다고 수락해주신 “루르드의 성모” 소년 Pr.의 권희정 세실리아 단장님, “성모성심” 소년 Pr.의 이은미 모니카 단장님, 이에 질세라 어린 단원을 보살피겠다고 봉사자로 나선 양다연 세실리아 자매님, 주현균 바오로 형제님이 함께 하였습니다. 또 고희의 연세에도 하루에 서너 번씩 때로는 일곱 여덟 번씩 성당 언덕을 오르내리며 거친 숨소리도 뒤로 한 채 소년 쁘레시디움 창단에 오랜 시간 열정을 가지고 마치 친손자, 친손녀처럼 보살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시는 “찬송하올 정녀” 꾸리아의 김종옥 발렌티노 단장님….
발렌티노 단장님은 1965년 세례를 받고 일찍부터 레지오에 입단하여 회계부터 단장직까지 지냈으며 폐단위기의 쁘레시디움을 활성화 하여 분가시키고, 꾸리아 단장을 할 사람이 없어 공석 중일 때는 자발적으로 단장직을 맡아 이끌면서 수년 동안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새벽 일찍 이웃에 사는 몸이 불편하신 연로한 자매님을 차에 태워 새벽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애쓰시고, 매일 오후에는 각 제과점에서 제공해주는 빵을 거두어 교도소에 보내주고 있습니다. 또 매주 금요일에는 직접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과 신앙생활을 나누며 봉사하는 일이 이제는 하루일과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대자(50여 명)들이 주님 안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사회에서 봉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무척 행복한 마음에 항상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많은 이들의 사랑과 축복 속에 소년 쁘레시디움이 탄생되어 어린 새싹들을 올바른 신앙생활의 길로 이끌고 보듬어주며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레지오 마리애 정신을 펼치도록 기도드리고, 내년 행사 때는 더욱 성숙되고 많은 단원들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따라 저희 큰 성전이 성모님의 열정으로 가득 채워지고 낭랑한 묵주기도 소리는 천장을 꿰뚫어 공사 중인 주교좌성전의 빠른 건립을 위해 하느님께로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성모님께서 지니신 그 높은 믿음의 덕을 따르고자 갈망하는 저희 모든 단원들에게 은총을 내려주시어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 아래 세속과 그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군대로서 겸손, 순명, 지혜, 용기와 희생 안에서 레지오 마리애 정신을 다하는 단원으로 거듭나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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