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와 청소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첫 출발점이 되어야 할 곳이 바로‘가정’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최근 대구 ME의 ‘참 부모가 되는 길’을 체험한 한 가정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하는 베로니카! 퇴근해 집에 오면 인사만 하고 달팽이처럼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참 많이 고민한 것 같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인가? 아이들은 20년 후에 나를 어떤 아버지로 부를까?’ 평소 이런 고민 때문에 부모 교육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늘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사랑의 언어’ 또는 ‘참 부모’교육 유치를 위해 더 열정을 쏟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ME의 사도직 프로그램 중 하나인 ‘참 부모가 되는 길’ 교육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아이들의 눈높이로 그들을 바라보고,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추억도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과 같이 대화를 하더라도 나는 20%만 하고 아이들에게 80%를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80~90%를 한 것 같아요. 내가 한 이야기들을 제대로 알아들었나 하는 마음에 여러 번 반복하면서 아이들에겐 정말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군요.
언젠가 당신과 대화를 하면서 “노년에는 장성한 아이들과 화목한 주말을 같이 보내는 것이 바람”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당신이 “그러려면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잘 알아주어야 노년에 아이들이 ‘아버지!’하고 찾아올 것”이라고 한 말이 이해가 됩니다. 사실 난 넓은 잔디가 있는 집에 음식과 그네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았으니 제대로 한 번 해봅시다.
사랑하는 베로니카! 늘 내가 최고인 줄 알고, 나의 노력이 있었기에 늘 가능했다며 교만에 차 있을 때, 나를 아이들의 아버지로, 인생의 선배로서 살게 해준 당신께 참 감사합니다. 당신이 해준 조언 중에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테오필로! 당신만이 가진 소중한 경험들을 아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사람보다 경험도 많고, 당신 일에선 성취를 하셨으니 그 노하우를 미카엘에게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다!’하면서도 경상도 사람이라 당신에게 직접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좋은 생각을 나누어 주어서 진심으로 고맙게 여겼지요. 나는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능력은 있지만 일에 대한 배려나 인간적인 면에서는 당신이 나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래서 주님께서 당신을 나의 반쪽으로 주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산다니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삽시다. 그리고 소통을 위하여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부모가 됩시다. - 당신의 남편 조상철 테오필로
* 아내가 남편에게
사랑하는 테오필로! 이번 교육 덕분에 아이들에 대한 여러 가지가 기억났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들, 소홀하고 부족했던 부분들,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떠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육 후의 저의 마음은 더 바빠졌습니다.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말이지요. 지금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딸 소화 데레사에게는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닌, 그 아이가 원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하라고 적극 지지해 주려고 합니다. 충분히 공감하고 현실적인 면을 놓치지 않고 얘기해 주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입시 스트레스에 늘 힘겨운 고3 미카엘에게는 부모로서 욕심을 채우기 보단 진정 그 아이가 좋아하고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길을 가도록 응원하고 의견을 들어주려고 합니다. 항상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는 부족한 입시생 엄마여서 미안하지만 잘 들어주는 엄마여서 최고라는 칭찬은 듣지 않을까 싶네요.
사랑하는 테오필로! 이번에 참 부모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알고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그저 주저앉아 있기 보다는 우리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신뢰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더 값진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 교육들로 인하여 당신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도 멋지게 변해가는 당신이 최고입니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너무나 분명하여 힘들게 하였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일방적이라 힘들 때가 많았었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주님의 도우심이 있어 가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테오필로! 우리 부부가 지금까지 정직하고 성실히 살아온 것에 겸손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해요. 이젠 좀더 적극적으로 나누는 생활을 보태면 어떨까요? 마음과 몸으로 보여주는 삶 말입니다.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고, 다들 좋다는 밥상머리교육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늘 마음이 불편하였지만, 그래도 우리 두 사람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것은 참 잘한 것 같아요. 참 부모가 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우리의 말이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도 하고 좌절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녀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은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저는 가장 작은 교회의 모습인 가정이 성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 아이들이 꿈과 희망과 활력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들이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는구나.’를 느끼게 사랑하여야 합니다.”라는 요한보스코 성인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감사합니다. 행복한 성가정이 되도록 우리 항상 기도하고 사랑하며 살아요. - 당신의 아내 베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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