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내린 비로 구름 한 점, 먼지 하나 없는 투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지난 4월 28일. 대구 두류 운동장 야구장에 색색깔 고운 옷을 맞춰 입은 장애인들과 봉사자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운동장이 촉촉히 젖어 있긴 했지만 밤새 운동장에 고인 물을 빼내고 곳곳에 천막을 설치한 관계자들의 수고를 생각해 볼 때 체육축제를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올해로 일곱 돌을 맞은 ‘까리따스 장애인 체육축제’. 개회식에서 대구가톨릭 사회복지회 사무국장 이정효 신부는 대회사를 통해 “까리따스 장애인 체육축제는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경기와 놀이를 즐기고 마음을 나누면서 우리 자신이 귀한 사람임을 체험하는 자리”라며 행사의 취지를 전하였다.
대구가톨릭 사회복지회가 주최한 이 날 행사에는 대구·경북 시설보호 대상자들과 재가장애인 그리고 사회복지 종사자, 본당 사회복지위원, 자원 봉사자 등 30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오전에 마련된 경축행사에서는 대구 경찰청 경찰특공대의 특공 무술 시범에 이어서 대구 경찰청 기마대의 도움으로 장애인 승마체험 시간도 가졌는데 처음으로 말을 타 본 장애인들은 새로운 체험으로 즐거워하였다. 오후에는 본경기인 체육대회가 열렸다. 60여 개의 사회복지시설과 기관들이 기쁨, 사랑, 평화, 희망이라는 4개의 팀으로 나누어 줄다리기, 박 터뜨리기 등 단체 대항 경기에 참가하는 한편 자유경기 종목에는 개인별로 참여하여 승부를 겨루는 등 열띤 경기와 응원이 이어지며 화합과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개인별로 참가할 수 있는 자유경기인 팔씨름, 투호, 줄잡고 달리기, 휠체어 달리기, 게이트볼, 보치아 등은 운동장 곳곳에서 동시에 마련되어 대상자들이 원하는 종목을 선택하여 경기에 참가할 수 있었다. 특히 줄잡고 달리기에서는 장애인과 봉사자가 손을 잡고 함께 뛰는 한편 비장애인도 눈을 가리고 뛰었고, 휠체어 달리기에서도 비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등 장애체험을 하며 서로의 장애를 이해하고 하나되는 한마당이 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 안수정(24, 미카엘라) 씨는 “올해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우리 교구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가 있다는 게 참 뿌듯해요. 게다가 참여하신 대상자들이 즐거워하니 저도 참 기쁘네요.”라며 까리따스 장애인 체육축제 참가 소감을 밝혔다.
또한 봉사를 자청한 계명문화대학 생활체육과 학생들을 비롯하여 여러 대학에서 자원봉사를 나선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오늘 하루 장애인들과 함께 해보니 우리와 별로 다른 것이 없다는 사실을 많이 깨달았어요. 함께 하니 재미있는데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시설 장애인들을 데리고 나온 사회복지사들과 관계자들도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며 고마워했다.
이 밖에 부대행사로는 페이스페인팅, 솜사탕, 뻥튀기, 아이스크림, 키다리 삐에로 아저씨의 요술풍선, 도전 노래방 등 다채로운 이벤트까지 마련되어 어린이들과 참가자들에게 또다른 기쁨을 선물하기도 했다. 마무리 행사로 이루어진 장기자랑에서는 12팀이 그동안 갈고 닦은 춤과 사물놀이 등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행사 내내 4월에 발생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피해자 돕기 모금 운동도 전개되어 장애인과 대회 참가자들, 일반 시민들이 작은 정성이지만 많이 참여하여 온정을 베풀기도 하였다.
‘출발’을 알리는 징 소리 그리고 ‘시작’이라는 심판의 소리에 가슴 두근두근거리며 힘껏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팔씨름을 하고, 줄을 잡아당기던 모습에서, 또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며 응원하던 모습에서 그들의 ‘하나됨’을 보았다.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바뀌지 않고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신체의 불편함이 장애가 아니라 우리의 닫힌 마음이 장애였음을 느꼈던 까리따스 체육축제. 오늘의 이 ‘하나’에서 싹트게 되는 ‘희망’이 이 사회에 널리널리 퍼져 하느님 창조하신 모든 사람이 소중하고 귀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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