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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그리스도인의 기도에 대한 단상


하성호(사도요한)|주교대리 신부, 제1대리구장

오랫동안 대학에서 종교학을 가르치신 원로 교수님의 강의 한 토막이다. “아들이 큰 병에 걸렸다고 해봅시다. 아들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어머니는 정자나무 아래 정화수를 떠 놓고 아들을 위해 천지신명께 간절히 빌었고, 다른 어머니는 성전에 들어가 하느님께 아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 두 어머니의 기도에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마태 5,45) 선하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만든 기준을 불문곡절하시고 그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지 않으시겠는가? 어미의 그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시는 선하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온데간데없고, 간절한 기도를 두고서도 나의 편, 너의 편을 따지는 인간의 옹졸함을 우리가 지녔다면 크게 뉘우쳐야 하지 않겠는가.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시고(루카 11,1-4), 비유를 들어 끊임없이 간청하라고(루카 11,5-8) 말씀하신 뒤에 이어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 이하) 하시며 기도하는 자세에 대해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행여 끊임없이 간절히 기도하라 했다 해서 기도가 자신의 바람을 관철시키려는 이기적 욕심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인생사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으니 기도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싶은 그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한데,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 집착하면 할수록 인간은 하느님의 품을 떠나게 되어 있지 않았던가!(창세 3,1 이하 / 루카 15,11 이하 참조)

기도의 자세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참으로 중요하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 31 이하) 사실 하느님을 바라볼 때만이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그분의 뜻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알게 되고, 그럴 때만이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심을 가지게 된다.

하느님의 뜻과는 대치되는 이기적인 자기 욕망을 채우려 기도하던 많은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신앙을 포기하고 교회를 떠나기까지 한다. 자신의 기도가 하느님의 뜻에 부합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면서, 하느님이 안 계신다고 큰소리친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외면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하심으로 볼 때 그들은 그릇된 길로 치닫는 독(毒)을 청하였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결코 그 기도를 들어줄 수가 없으셨던 것이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10)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다 해를 닮듯이, 하느님을 바라보고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려는 신앙의 자세로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에 오롯이 순종하는 기도의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 성숙한 신앙인이 많아지면 좋겠다. 하느님을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신앙을 포기하는 일이 없고, 자신의 기도가 한 번도 하느님으로부터 거절당하였다고 생각하는 일도 결코 없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리 4,6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