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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나는 포항성모병원이 좋습니다. 외 2편


아치니 칼하리, 손진명, 유원란

독자마당 ①
나는 포항성모병원이 좋습니다 아치니 칼하리(Achini Kalhari)

 

저는 스리랑카에서 온 칼하리입니다. 우리 가족은 남편 파라나, 저, 그리고 네 살 된 세산디와 3월에 태어난 레산디 이렇게 네 식구입니다. 우리 식구는 포항성모병원에 자주 왔습니다. 남편 파라나가 작년 4월에 일을 하다 발을 다쳐서 다른 병원 두 군데를 갔으나 계속 발이 아파서 마침내 포항성모병원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남편이 발을 다쳐 돈을 벌지 못하게 되어 치료할 돈조차 없었는데, 당장 MRI검사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당뇨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뇨치료비는 산재가 되지 않아 치료비를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무과 산재담당 선생님을 찾아가서 우리는 지금 가진 돈이 없다고 하니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발을 다쳤기 때문에 돈을 벌  수도 없었고 또 걷지도 못해 우리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임신 4개월이었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수술을 하고 깁스를 풀고 퇴원을 했습니다. 계속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포항성모병원에 다녔고, 그때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서 모르는 것을 물어 보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날 때는 같이 들어가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잘 알아 듣도록 쉽게 설명해 주셨고, 제가 궁금해 하는 것들도 물어 봐주었습니다. 한국말을 잘 몰라 우편물이 와도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아도 다리가 계속 아파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비자가 끝나가서 곧 스리랑카로 돌아가야 하는데, 임신 5개월이 되었을 때 다니던 병원에서 아기의 심장에 구멍이 있으니 대구의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현재로선 아기의 심장이 어떤지 모르니 다시 포항으로 돌아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를 몰라 다시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포항성모병원에서 낳을 수 있는지 진료를 받아보자고 했습니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고난 뒤 성모병원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포항성모병원이 편하고 좋았는데, 이곳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해서 무척 기뻤습니다. 출산일을 앞두고도 아기가 크지 않아 결국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습니다.
태어날 때 아기는 괜찮았지만 그래도 심장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서는 아기의 심장에 구멍이 몇 개 있어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아기보다 더 훨씬 작게 태어난 아기가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눈물이 났습니다. 남편도 발이 아파 목발을 짚고 걸어야 하는데 저는 아기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배도 많이 아프고, 또 네 살 된 딸아이까지 있으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비자연장 신청도 해야 되고, 태어난 아기의 출생신고와 큰 병원에 가서 심장수술도 해야 되니 걱정이 많았습니다.
마침 병원에서 알게 된 다문화가정센터 신부님이 출입국사무소를 같이 다니며 도와주셨습니다. 아기가 심장수술 받을 큰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 의사 선생님이 몇 개의 병원에 전화를 해서 아기의 상태를 설명하고, 입원할 수 있는지 알아봐주시고 병원도 찾아주셨습니다.
태어난 지 일주일 뒤 아기는 구급차를 타고 남편과 부천에 있는 심장전문병원으로 가게 되었고, 중환자실로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저는 부천에 있는 심장전문병원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매일 병원 중환자실에 갑니다. 중환자실 앞에서 하루에 2번 주어지는 면회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 2.2킬로그램으로 태어난 아기는 3.5킬로그램이 되어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결과가 많이 나쁘다고 합니다. 많은 주사기와 호스에 연결되어 매일 수술실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기를 만나면 울지 않고 대신 매일 20분씩 만나서 아기 얼굴을 보고 기도합니다. 빨리 나아서 같이 스리랑카에 가자고….
처음에는 수술하러 들어가는 아기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포항성모병원에 계신 수녀님께 전화를 해서 울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녀님이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저희 가족 걱정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힘들어 전화할 때마다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포항성모병원의 수녀님과 선생님들이 계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남편도, 저도, 아기도 포항성모병원에 다 입원했었고, 그때마다 병원비를 도와 주었습니다. 그것도 고맙습니다. 포항성모병원에 입원해서 다문화가정센터 신부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 신부님께서 방송국에 우리 이야기를 해주셔서 아기 심장수술비도 도와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지금 저희는 돈도 못 벌고 스리랑카로 곧 돌아가야 합니다. 한국은 참 좋습니다. 스리랑카의 병원은 한국만큼 좋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우리 가족을 참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병원에만 오면 딸아이가 예쁘다고 사람들이 사탕과 과자를 건네줍니다. 그래서 밥은 잘 안 먹고 과자만 자꾸 먹어서 걱정이기는 하지만 인정이 넘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몰라 힘들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신 수녀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그리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가족 때문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고 또 힘들까봐 걱정입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잘 해야 하겠는데 저는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걱정해주시고 기도해주시기 때문에 우리 아기는 꼭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기가 퇴원하면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포항성모병원에 다시 인사오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리랑카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마도 수녀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 자주 전화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을 떠나 스리랑카에 가서도 저는 한국 특히 포항에서 만난 고맙고 다정한 얼굴들이 오래오래 생각날 것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마당 ②
순례의 길- 이윤일 성인의 길을 순례하면서 손진명(베드로)|시인, 두산성당

 

임이 다니셨던 그 길을 밟아봅니다.
임이 가신 길가엔 오늘도
산딸기가 옛 주인을 맞이하는 듯,
줄기마다 빨간 웃음, 푸른 손을 내밀며,
뻐꾸기도 주인을 찾는 듯 애절한 그 사연을
발자국 자국마다 따라와 심고 가네요.

산과 하늘은 옛 그대로 푸른데
임이 가신 길은 잡초 속에 묻혀있네.
구름조차 넘기 힘든 문경새재 하늘재
아, 외로웠어라, 임이 넘던 하늘 길.
오직 한마음 복음말씀을 위해
깊은 계곡 고을마다 흘리신 피땀.

목숨도 버린 채 오직 믿음 하나로
하느님께 바친 충절 영생의 길로
칼날에 흐르는 성혈 영광의 길로

오, 거룩하여라, 임의 발자국.
임은 가고 없어도 성혈은 꽃이 되어
임 가신 길목마다 뿌리 깊게 타고 있네.

임 가신 그 길이
영생의 길이라 믿고 믿어도
오늘 나에게 온다면…

임의 길 밟으며 나의 길을 되돌아본다.

 

 


독자마당 ③
은총이 펑펑 쏟아진 날 유원란(아녜스)|오천성당

 

지난 6월 3일(일), 경주 성동성당에서 경주공소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면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님의 주례로 200명이 넘는 신자들이 견진성사를 받았다. 그 중에는 10년 전쯤 오천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을 때 대부모와 대자녀로 우리 부부와 인연을 맺은 영적 아들, 딸도 있어 우리 부부 또한 그 미사에 참례하였다.
근래에 와서 신앙생활을 매우 형식적인 예식으로 무미건조하게 유지해오고 있던 우리 부부에게 그날의 미사는 영적 자유로움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성령의 뜨거움이 함께 느껴지는 은총의 시간으로 깊이 와 닿았다.
사실 대자, 대녀 가족이 1년 전쯤 오천에서 경주로 이사를 하여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였는데, 낯선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는 대자, 대녀와 그 아이들의 엄마, 아빠 역시 평화롭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신앙의 뿌리를 내리고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꽃밭에 잘 심겨져 있는 꽃을 다른 꽃밭으로 옮겨 심었을 때 뛰어난 적응력으로 뿌리를 내려 잘 자라는 것처럼, 새로운 곳에서 가장 행복한 성가정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하느님께 연신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미사 내내 뜨거운 감정이 북받쳐 오르곤 했다.
무미건조한 신앙생활을 하던 우리 부부에게 그날 하루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고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참된 모습에 대해 알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늘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평소에는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어리석음을 성령의 은총으로 깨닫고 살아가도록 이끌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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