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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기(氣)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후의 성령과 교회이해


조현권(스테파노)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2. 성령과 새로운 교회이해

가. ‘성사’와 ‘신비’로서의 교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심적인 관심사가 바로 ‘교회’이다. “교회에 관한 교회의 공의회”로써 또 “교회의 고유한 자기이해에 대한 성찰”로써 공의회는 교회를 무엇보다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몸’으로 그리고 그를 넘어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해한다. ‘그리스도의 몸’, ‘하느님의 백성’, 이 두 가지 교회상(敎會像)은 성사와 신비로써의 개념들을 통해서 다시금 심오하게 되었다. 바울로적인 개념인 ‘성령의 궁전’(1고린 3,16; 2,고린 6,16; 에페 2,21 참조)은 ‘하느님의 백성’과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교회상과 대등하게 여겨진다.

 

나. 성사로서의 교회

교회의 ‘성사성(Sakramentalit  t)’은 일찍이 고대교회의 교부들에 의해서 언급되었다. 그들의 규정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결정적으로 받아들여 정의하게 된다. 교의적인 헌장인 ‘Lumen Gentium(인류의 빛)’에 따르면,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일치와 동시에 인간 상호 간의 일치를 가리키고 일으키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성사로 표시되는 것이다. :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다. 교회는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이다.”(교회헌장 1) 교회가 성사라면, 교회 자체가 그 신앙의 내용에 속하고 신비적인 요소를 지니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성사성은 칠성사의 그것과는 구별되는 성사성이다. : “성사개념에 비추어 볼 때 교회는 성사가 아니다. 오히려 교회는 성사들에 앞서 있는 것이다. 만일 교회가 성사라면, 그때의 교회는 ‘원성사’, ‘뿌리성사’(O. Semmelroth), ‘기초성사’(K. Rahner), ‘보편적 성사’(교회헌장 1항)이다. 이 성사 안에서 그리고 이 성사로부터 (일곱) 개별 성사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교회 성사성의 원천은 성령이시다. 그래서 ‘Lumen Gentium’은 교회의 성사성을 그리스도와 그의 성령파견에 관련시켜 말한다. : “그리스도께서는 […]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시어(로마 6,9 참조) 생명을 주시는 당신 성령을 제자들에게 보내 주시고 성령을 통하여 당신 몸인 교회를 구원의 보편 성사로 세우셨다.”(교회헌장 48항)

 

성사로서의 이러한 교회이해는 근대 교회론의 승리주의와 성직자주의 그리고 법제주의를 벗어나게 한다.

 

다. 신비로서의 교회

교회는 일종의 ‘신비(Mysterium)’이다. : “교회는 신비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그리고 완전히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봉사하는 구원의 기구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교회는 전적으로 그리스도와 관련되어 있기에 그리고 오직 그를 통해서만 존재와 가치와 활동성을 가지고 있기에 성사이다.” 교회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신비로 이해한다. 그것은 교회가 구원이 충만한 하느님의 공동체 속에서 그리고 인간과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인간의 정신으로 결코 완전히 밝혀질 수 없는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희랍어 단어인 ‘mysterion (         )’은 라틴어 단어인 ‘sacramentum’으로 - 가끔은 차용어인 ‘mysterium’으로 - 번역되었다. 일반적으로 ‘mysterium’은 ‘신비’, ‘sacramentum’은 ‘성사’라는 뜻을 지니므로, ‘신비’로서의 교회이해는 ‘성사’로서의 교회이해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교회헌장 ‘Lumen Gentium’은 교회를 무엇보다도 신앙의 신비로 묘사한다. 헌장 제1장의 제목이 ‘교회의 신비(De Ecclesiae Mysterio)’인데, 이는 여기서 말하는 성사로서의 교회이해가 신비개념의 전통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교회 신비의 원천으로 다시금 성령이 언급되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그리고 신자들의 마음 안에 성령은 궁전 안에처럼 계시며, 그리스도의 나라, 곧 교회는 아주 신비스럽게 현존하고 하느님의 힘으로 세상에서 자라고 있다.(교회헌장 3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