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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마태 20,26)


박성대(요한)|주교대리 신부, 2대리구장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선언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과연 교회 안에 구원이 있을까?”하는 충격적인 소리가 교회 안팎으로 의식 있는 사람 사이에서 크게 논의되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당신은 정신이 멀쩡한 사람인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기독교에 남아 있냐?”고 하는 것이다. 또 이런 어처구니없는 글도 있다. “지금까지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했지만 요즈음은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성직자들(목사, 신부, 스님)이 신자들을 걱정했지만 요즈음은 불자들이 스님들을 걱정하고 신자들이 목사님이나 사제들을 걱정하는 현실이 되지 않았는지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필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을 보면서 성령의 위대하고도 놀라운 역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까지 있었던 다른 공의회와는 다른 점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의회가 20회나 개최되었고 그 모든 공의회들이 수많은 단죄와 파문으로 일관하면서 성(聖)과 진리의 독점자로 세상 위에 군림했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 어떤 것도 단죄하거나 파문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신론자나 세속주의, 공산주의자들에 대하여 대화의 손짓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다른 공의회가 내렸던 단죄와 파문을 모두 철회하고 오히려 과거에 교회가 저지른 모든 잘못을 뉘우치며 세상과 다른 종교에 용서를 청하였으며, 동시에 교회의 내적 반성과 회개를 촉구하면서 진정한 교회 쇄신을 부르짖었다는 감동적인 모습이다. 그러므로 세상이 우리를 향하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일축하거나 외면하기 보다는 우리 자신의 내적인 모습에 정직하고 용감한 반성과 함께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부르짖은 ‘복음화’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나 자신과 교회를 복음화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다음 달인 10월 11일부터 내년 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면서 ‘새로운 복음화’를 주창하고 2012년 10월 제13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정기 총회 주제로 선정하였다. 교황이 ‘신앙의 해’를 공연히 선포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이들이 깊은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믿음의 문 2항)

예수님께서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직접 새로운 성전을, 새로운 교회를 세우겠다는 말씀이시다. 그것은 예수님의 건축법이며 바로 복음적인 방법이며 원리이다. ‘복음화’, ‘새로운 복음화’를 외치면서 복음화의 길을 달리고 있는 우리 교회는 세상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와는 다른 노래를 불러야 한다. 혹자는 “교회도 정치다.”하고 말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교회가 만일 정치판이 된다면 큰일이다.
  
예수님께서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마태 20,26)고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세속적인 가치관을 따라 살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따라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정치적인 논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복음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즉 ‘복음화’, ‘새로운 복음화’만이 교회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복음화’, ‘새로운 복음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고 아직도 복음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정체성을 잃게 되고 드디어는 ‘세상 사람들이 실망하는 교회’, ‘세상 사람들이 걱정하는 교회’가 되고 만다. 마침 교구 100주년 기념 시노드 의안들이 잘 준비되었다. 이제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여 ‘복음화된 대구대교구’로 다시 태어나리라는 희망과 꿈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