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난과 핍박 중에서 순교로 믿음 지켰네…’라는 성가가 떠오르는 9월 ‘순교자 성월’이다. 순교자 성월은 순교 성인들을 공경하고 하느님께 영광과 감사를 드리며, 그분들의 모범을 본받도록 노력하고 전구를 청하기 위해 지정된 달이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대구대교구 최초로 지난해 9월 발간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핸드북에 소개된 전국 교구의 111곳 성지순례를 마친 이곡성당 이성현(사도요한) 씨를 만나 보았다.
2010년 10월, 교구 평협이 주최한 도보성지순례(칠곡 성가양로원-한티순교성지)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성지순례를 하게 됐다는 이성현 씨는 “참 은혜로운 시간이었다.”며 “그 시간 이후 순교자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최양업 신부님과 124위 성인의 시복시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들려준다.
그후 수원교구 은이성지, 대구대교구 신나무골성지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성지를 순례하기 시작한 이성현 씨는 “어느 날 참례한 성모당 미사의 강론에서 서준홍 신부님이 9월(2011년)에 발간되는 전국 교구 성지 111곳이 수록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핸드북을 얘기하셨는데 그 소식을 듣고 본격적인 성지순례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성지순례를 계획하면서 각 성지의 교구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미사시간과 성지 관련 정보 수집, 왕복 소요시간, 거리를 측정하는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1년 12월 7일 마산교구 명례성지를 시작으로 111곳의 성지순례를 떠났다. 이성현 씨는 “우리 교구와 제주교구의 성지를 마지막 순례지로 결정하고 대구에서 제일 가까운 마산교구부터 순례를 시작했다.”며 “먼 곳은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7시에 출발하여 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고 말했다.
성인의 생가 터, 묘지 등 성지를 순례할 때마다 느껴지는 그분들의 애절한 신앙심에 가슴이 아팠다는 이성현 씨는 “경신박해 때 피신 온 최양업 신부님이 3개월간 은신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과 같이 생활하며 마지막 서신을 썼던 부산교구 죽림굴성지가 기억에 남는다.”며 “입구가 좁아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은 굴 안은 1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생활하셨을 최양업 신부님을 생각하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한 많은 신앙 선조들께서 박해를 피해 깊은 산, 좁은 동굴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도와 희생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순교까지 하신 그분들의 삶을 깊이 묵상한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구의료원 천주교 원목실 수녀, 봉사자들과 함께 사순피정으로 떠났던 계산주교좌성당, 관덕정순교기념관, 복자성당 순례도 잊을 수 없다는 이성현 씨는 “함께 기도하며 순교자들의 삶을 생각하면서 도보순례를 한 그 시간이 너무도 은혜로웠다.”고 회상했다.


2012년 6월 3일 제주교구 대정성지 정난주(마리아, 황사영 알렉시오의 부인) 묘를 끝으로 111곳의 성지순례를 마칠 때까지 거룩하고 은혜로움으로 충만했다는 이성현 씨는 성지순례의 좋은 점으로 “첫째, 개인의 성화 둘째, 순교 성인과 그 성지에 대한 시대적 상황 등 전반적인 지식과 이해 셋째, 크나큰 은총”이라고 꼽았다. 한편 성지순례를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는 이성현 씨는 “철저한 사전조사에도 불구하고 안내표지가 부족하여 성지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성현 씨는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성지는 성인, 성녀를 만날 수 있는 은혜롭고 거룩한 곳으로 그분들이 함께 전구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성지순례를 통해 바쁜 일상 속 자신의 신앙생활을 다시 한 번 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일 평일미사를 통해 주님과 만나고 레지오마리애, 바오로회, 자원봉사 등으로 주님의 도구가 되고자 기쁘게 자신을 봉헌하는 삶을 살아왔던 이성현 씨는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현재의 삶에 더욱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주님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며 “더욱 더 봉사하는 삶으로 주님께서 주신 은총과 사랑에 보답하며 누군가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신앙인으로서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그분들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신앙의 유산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은총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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