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처럼 소중한 밥, 그 밥을 나눈다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것이다. 1999년 무료급식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쉼 없이 열린 문으로 수천, 수만 명이 이곳에 들러 기쁘게 밥 한 끼를 먹으며 살아있음의 고마움을 갖게 하는 곳, 산격성당(주임 :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 무료급식소 ‘나눔관’의 풍경이다.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겨운 한여름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어르신들은 일찌감치 와서 길게 줄지어 서있다. 배식은 오전 11시 10분부터 시작되었고 봉사자들은 갓 지은 밥을 듬뿍 퍼서 1식 3찬의 식판에 담아 내어준다. 경기가 어렵고 불황일수록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봉사자의 말처럼 요즘 들어 그 수가 부쩍 늘어 매주 수요일 급식이 있는 날이면 180여 명의 어르신들이 한 끼 식사해결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준비하는 봉사자들의 손길은 그 만큼 더 바쁘기 마련일 터, 그럼에도 지금까지 음식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고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과 ‘고맙다’는 말 한 마디에 봉사자들의 피곤함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했다. 분주했던 점심식사는 1시쯤 끝이 났다.
산격성당 무료급식소는 본당 신자들 중 70여 명이 7개조로 나뉘어 매주 조별로 봉사하고 있는데 취재를 위해 찾은 날은 3조 구성원들이 봉사하는 날로, 이날 반찬은 후원인의 도움으로 돼지고기볶음을 주메뉴로 차렸다. 본당 사회복지위원장 겸 1조 조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경란(아녜스) 위원장은 “급식을 위해 매주 조별로 돌아가며 조장과 조원들이 화요일에 장을 봐 와서 미리 준비를 다 해두고 수요일에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며 “급식봉사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들이나 결손가정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3단 찬합 도시락도 35개씩 준비하여 배달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매주 50여 만 원이 드는 급식비용은 본당 사회복지회기금이나 본당 바자회, 주변의 도움 등으로 충당한다는데 하느님의 섭리로 지금까지 잘 이끌어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올여름 치솟는 물가를 따라갈 수 없어 무료급식소에서도 어쩔 수 없이 한 달에 한 번은 ‘분식의 날’로 정하여 국수를 삶아 대접해야 했다. 그랬는데 의외로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아 하절기 동안 둘째, 넷째 주에 분식으로 대접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시행 중에 있다. 급식봉사자들 중 1/3정도는 무료급식소 개소 때부터 함께한 봉사자들로서 그 중 10년 넘게 활동한 24명은 지난 4월 본당 주임 조현권 신부로부터 장기봉사상을 수상하는 기쁨의 시간도 가졌다.
마침 각 조의 조장들이 한데 모여 무료급식소 운영과 봉사활동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 본당 급식소 운영에 타 본당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후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안만화(율리안나) 2조 조장 역시 초창기 봉사자이다.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급식 당번 날에는 꼭 나와서 돕고 있다.”는 박남희(세실리아) 3조 조장, “힘은 들어도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양금례(아녜스) 4조 조장, “봉사를 하다 보니 요리솜씨도 늘고 많은 양의 음식준비에도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김옥경(헬레나) 5조 조장, “초창기에는 구역별로 한 달씩 돌아가며 준비했는데 지금처럼 매주 조별로 하니 한결 낫다.”고 말하는 김종희(세실리아) 6조 조장, “베풀면서 더 많이 배운다.”는 장화자(리디아) 7조 조장. 이들의 공통된 생각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데에는 힘듦보다 기쁘고 즐거움이 더 크게 자리한다.”는 것이다.
연말이면 정성껏 담근 김장 300포기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봉사자들은 “우리 자신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 일이니 마냥 즐겁다.”며 단순하게 말했다. 그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은 신앙심을 익히 알고 있는 한 비르짓다 수녀는 “하느님을 믿기 때문에 이 일이 가능한 것 같다.”며 “온몸을 다해 투신하는 것이 신비롭고 기쁘고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먹을 것이 널려 있어 먹을 것에 대한 부족함을 모르는 시대,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먹을 것이 없어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누군가에는 먹을 수 있어 행복한 밥이고 또 누군가에는 먹을 수 없어 슬픈 밥으로 와 닿는 이 양극화의 시대에 산격성당 무료급식소 봉사자들은 누구에게든지 ‘생명을 나누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매주 식판 가득 퍼 담아주고 있다.
산격성당 무료급식소에 후원해주실 분 (신협) 131-015-199765 대구구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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