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독자마당
기적의 사나이, 3년 만에 부활한 공소미사


이만희, 함종순 독자

독자마당 ①
기적의 사나이 이만희(라파엘)|진량성당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다시 살아난 저는 이만희 라파엘입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2000년 12월 30일 오후 6시, 운명의 그림자가 저를 향해 서서히 다가온 것입니다. 바로 오토바이 사고가 난 시각이지요.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달리던 저는 시골 도랑에 처박힌 채로 춥고 긴 시간을 살려 달라고 얼마나 소리치며 외쳤는지 모릅니다. 목에 피가 올라 올 정도로 소리치고 또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이튿날인 오전 10시경, 자그마치 16시간 만에 발견되어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저는 또 16시간 동안 수술을 거친 끝에 결국 5, 6, 7번 경추 골절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 무슨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인가요? 이런 모습으로 어찌 살아가란 말입니까? 이렇게 살아서 무엇을 하라는 말입니까? 깊은 좌절 속에 하루에도 열두 번 아니 수십, 수백 번씩 나쁜 마음을 먹으며 삶과 죽음 사이를 오락가락 했지만, 죽는 것도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다시 한 번 앞니 꽉 깨물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 나의 운명인가!’ 하였지만 이런 마음을 갖기까지는 3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2005년 10월 5일, 저는 예비신자 교리 9개월 만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신앙만이 저를 구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굳센 믿음 안에서 긴 시간동안 눈물겨운 재활치료의 노력과 많은 이들의 기도 덕분에 제 몸에서는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굽었던 다리도 펴지고 손도 펴지면서 지팡이를 짚고 1미터, 2미터씩 걸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도 참으로 놀라운 인간승리라며 저에게 ‘재활의 왕’이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저는 고통과 시련, 아픔 속에서 사랑을 알게 되었고 이 사회와 친인척분들, 그리고 주위의 분들에게 얼마나 큰 사랑과 도움을 받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저 역시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후 장기기증을 모두 서약하였습니다.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제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12년째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장애연금으로 나오는 금액의 일부를 두 곳에 기부하고 또 가끔씩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용품, 학비를 자동이체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쁨은 제 인생 55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것입니다. 나눔이란 이래서 좋은 것이구나, 왜 이런 행복을 진작 느끼지 못했을까, 아쉬워하며 열심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외출도 하고 주일이면 병원 근처 성당 미사에도 꼬박꼬박 참석합니다.

재활의 길이란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조급하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마음을 편히 갖고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서서히, 그리고 마음을 굳세게 하여 긍정적으로 생활하면서 남 탓하지 말고 욕하지 말고 좋은 것일랑 가슴에 새기고 나쁜 것은 버리며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나아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세상을 비판하지 말고 현재에 감사하고 행복해 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끝으로 저를 다시 살게 해주신 주님, 성모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마당 ②
3년 만에 부활한 공소미사
함종순(요안나)|신룡성당

 

신룡본당이 생기면서 한 달에 한 번 있던 공소미사가 없어졌다. 공소에서 한 주에 한번 레지오 마리애 회합 외에 방 한 칸만 신학생이 머물고 있어 공소에 먼지가 쌓이고 폐허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그랬는데 지난 봄 주임신부님께서 마을 구석구석 신자 가정을 방문하시고 전답 축복을 다니시다가 개령공소와 감문공소를 둘러 보시고는 뜻밖에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공소에서 미사를 드리자고 제안을 하셨다고 한다.

이에 제대 봉사자들은 신부님 제안에 말없이 따라 주었고 개령공소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감문공소에서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미사를 드리게 되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은 반모임을 하는데 3구역 신자들은 공소에서 미사를 드리는 걸 찬성했다. 개령공소 신자들은 오랜만에 있는 공소 미사를 위해 대청소를 했다. 형제님들은 마당의 잡초작업과 나무전지를 하고 잔디를 깎았다. 자매님들은 화장실 청소와 성당 안 의자 바닥과 창문을 닦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변색된 제의는 제대봉사 자매님이 세탁을 하고 다른 자매님들은 방석과 실내화를 빨고 처박아 두었던 꽃병을 찾아 제대 앞에 꽃도 꽂아두고 신부님을 기다렸다.

마침내 개령공소 미사가 다시 있던 날 본당을 옮겨 온 것처럼 많은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했다. 감문공소 신자들도 개령공소 미사에 참례하고 신자들에게 “감문에도 많이 오세요.”라고 해서 “빚 갚으러 가야겠네!”하고 대답하자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다 함께 웃었다. 밤하늘의 별들도 눈을 깜빡이며 좋은 징조라고 웃었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공소 마당에서 달콤한 식혜를 마시며 지난날을 회상하니 어느덧 줄장미 담을 넘는 정열의 여름으로 치닫고 두 번째 공소 미사를 드렸다.

공소 청소 할 때는 힘들어도 본당식구들을 공소에서 만나니 더 반갑고 헤어지며 “본당에서 봅시다.”라는 정겨운 인사를 나눈다.  공소가 두 곳이나 있어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미사를 드리고 나면 몸은 피곤해 하셔도 기분은 좋으신 듯 보인다. 다음 달 미사약속을 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