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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신앙의 해’를 어떻게 지낼 것인가?


박영일(바오로)|신부, 교구 사목국장

대구대교구 사목국장으로 새로 부임한 박영일(바오로) 신부입니다. 이렇게 <빛> 잡지를 통해 지면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교구는 교구 100주년을 지내면서 시노드를 개최하였고 이제 폐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노드가 끝나면 대주교님께서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단행할 것입니다. 때마침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2012년 10월 11일부터 내년 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교구 100주년과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공통분모는 바로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새로운 복음화’란 변화하는 시대의 징표를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열의, 그리고 새로운 표현으로 세상의 복음화를 구현하자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에서는 ‘신앙의 해’를 맞아 특별한 행사를 열기보다 ‘새 시대 새 복음화’를 주제로 한 시노드 작업에 더욱 충실한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사목국에서는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그 정신을 교구민들께 좀 더 쉽게 잘 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왜 ‘신앙의 해’ 개막일을 10월 11일로 잡으셨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교회 역사 속에서 중대하게 거론되는 두 개의 사건 기념일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자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 기념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신앙의 해’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계승하고 동시에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신앙 쇄신의 가장 유용한 도구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따라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요한 23세 교황님의 소집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요한 23세 교황님은 농촌 출신인데다가 교황으로 선출되셨을 때의 연세가 77세의 고령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이탈리아 신문에서는 그분을 조금 폄하하여 “과도기 교황”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황님이 공의회를 소집하셨을 때 기뻐하고 감격하기는커녕 시큰둥한 반응뿐이었습니다. 더구나 비웃는 사람마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황님은 많은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공의회 계획을 힘차고 끈기 있게 진행하셨습니다. 특히 교황님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시대의 표징’을 읽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셨습니다. 그리고 공의회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집무실 창문을 활짝 열고 “신선한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1960년 6월 5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최 목적을 세 가지로 제시하셨습니다. 그것은 ‘교회와 그리스도인 생활의 쇄신’, ‘교회 규율의 현대 적응(Aggiornamento)’, 그리고 동방교회와 프로테스탄트 등 ‘갈라진 그리스도교와의 일치’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20세기를 맞으면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과 러시아 혁명(1917년), 공산주의와 독일 나치즘의 등장, 1930년대 전 세계를 휩쓴 경제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을 겪고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암울한 시기를 거치며 사람들이 교회에 회의를 느끼고 교회를 떠나가는 위기의 상황에서 교회를 구하고, 현대의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속주의에 깊이 물들고 공동체가 와해되어 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분명한 답을 주고 있지만, 우리 신자들에게 공의회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신앙의 해’ 기간 동안 사목국에서는 각종 교육뿐만 아니라 <빛> 잡지와 대구주보를 통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이 어떤 것인지, 교회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지속적으로 소개할 것입니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교구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