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통(通)한다는 것. 대상이 무엇이든, 누구이든 물 흐르듯 통하는 세상은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일 것입니다.
현재 스마트 폰 보급률 세계 최고와 인터넷, SNS의 발달에 힘입어 넘쳐나는 정보 공유의 과부하 시대가 되었지만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부재는 우리 사회의 여전한 걸림돌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소통의 방식이 체계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한국사회의 소통의 부재는 고질병이라고까지 합니다. 지하철에서의 요즘 풍경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장소를 불문하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눈길이 멈춘 곳은 스마트 폰의 화면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와 아빠는 엄마, 아빠대로 제각각 스마트 폰에 열중입니다. 대화는 단절입니다. 심지어 아이들은 집안에서도 문자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모바일 공간에서는 소통 아닌 소통만이 난무합니다.
겉으로는 소통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정작 통해야 할 곳은 더욱 불통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복지관 주변의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과 장애인 분들 가운데 하루 종일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주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고, 따뜻한 말과 대화를 함께 나눌 이웃들을 기다립니다. 공부방의 아이들도 그저 떠들고 소란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차분히 듣고, 기다릴 줄 아는 아이들이 아쉽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힘든 갈등의 모습들이 연이어 언론을 장식합니다. 부모들도 살기 힘든 바쁜 세상이기에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라며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어른과 아이들이 자꾸 증가하는 이유는 크든, 작든 본인과 본인이 속한 공동체와 이 세상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고층 부자 아파트에서 우유배달원들에게 승강기 사용을 금지하여 파문이 인 적이 있었습니다. 전기사용료가 문제라고 하였지만, 신선한 우유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타인에 대한 배려의 소통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일상 속에서 내 안의 나와 먼저 소통하고, 타인들을 배려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세상과의 소통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열린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일이 나 혼자서 되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바야흐로 대선의 시기입니다. 대대로 불통의 위정자들과 살아 온 착한 백성들이지만, 백성들의 목소리를 참으로 두려워 할 줄 알고, 사회적 약자들을 진실로 배려하고, 우리가 사는 곳을 평화롭게 하며, 세상을 통하게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신라시대 충담스님께서 당부하신 안민가(安民歌),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君君, 臣臣, 民民) 살아간다면 세상은 아름다운 소통의 장이 될 것입니다. 좋은 생각과 밝은 모습으로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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