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인처럼 갇힌 병동 창살 안
등이 활처럼 휘어진 고목
휠체어에 몸 얹고 막힌 혈관마다 링거 꽂고 있다.
회진 나온 주치의 심장 박동소리 듣다 말고
고개 저으며 돌아 선다.
11월 끄트머리에 매달려 올 저승사자 같은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이파리 같은 머리칼
유물이라며 상자에 담고.
병상 위 고목, 곧 멈출 시간을 예감한 듯 돌아누워 읊조린다
만물의 주인이신 아버지
평생 일군 저 이랑의 밭에는 밤하늘 총총히 박힌
꿈의 씨앗이 이제야 키 작은 싹으로 돋아나네예.
아직 솎아주고 다져 주어야할 것들은
저 둔덕 너머 구름으로 뭉실뭉실 떠다니는데예.
하지만 튼실한 알곡 되기 전에 사나운 눈보라는
온 몸의 핏줄 길목 길목 떠억 막아서는데 우얍니꺼.
너는 요만큼만 살다 오너라 해서 불려가는 거라는 당신의 말씀
회색 병실 창을 벗어나지 못하고 되돌아 온다.
고목은 오롯이 자신을 비웠다.
몸 곳곳에 구멍 내어 새들에게 둥지로 내주고
역광 받으며 또 다른 문 열고 나가자,
마치 부활을 예감하듯
휘어진 고목 등에 꽃이 피어났다.

* 약력 :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 한국시연협 사무차장, 오솔시 동인회, 2012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대통령상 수상, 이육사문학상 수상, 유치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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