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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다
소금, 그 성서 속에서의 사랑


홍선희(마리루시아)|시인, 선산성당

 

온 도성 헤매 다녀도 끝내 만날 수 없던 의인 열 사람
아브라함의 간청으로 참아주신 당신 진노를
유황불에 담아 퍼부어 내리시던 날
무슨 미련에 이끌려 뒤돌아보았을까요, 롯의 아내*

첫 사람 빚으시던 반죽에 풀어
평생 몸에 지녀 세상 썩음 막으라 주신 보석을
건강에 이롭다고 저염식을 구가하면서
육(肉)에서 덜어낸 것을 영(靈)에 보탤 겸손은 없던 저희들

온통 육정으로 들끓는 세상
빙산마저 수월히 녹이는 온실로 변해갈 때
절임 당해서라도 살아보려고 찾아 나선 보석
긴 장마에 다 떠내려 보내고 가슴 치는 후회뿐입니다.

끝 간 데 없이 추악한 저희들이건만
사랑하시는 마음 거둘 수 없어 비통한 당신께
한없이 죄스럽지만 감히 여쭙니다
그 날, 불타는 소돔을 뒤돌아본 롯의 아내

돌도 나무도 아닌 소금 기둥을 만드심은
명을 어긴 불순종의 단순한 징벌이 아니시고
녹여버린 보석 건져 올려 썩지 않는 세상 다시 이루기를
열절히 원하시는 당신 지극한 사랑의 계시였었지요.

* 롯의 아내 : 소돔과 고모라를 불심판하시던 날,
천사의 명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되어 버린 여인(창세 19, 26)

 

* 약력 : 대구교육대학신문에 단편소설 [반려], [환상의 창] 연재.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수상, 대구가톨릭문인회원,  한국아동문학회원, 대구아동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