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달 위에 눈 내렸다
저 적설(積雪)을 흩어야
비로소 지나갈 수 있는 언어가 있다면
그 역시 적설이다
언어의 적설을 파 흩는 것은 묵상일 뿐
제 스스로 눈멀게 함으로써
순결을 선취하는 설맹(雪盲)의 언어는
제 몸 다 문드러지고 난 후에도
관자놀이가 떨리는
종소리
* 조두섭(프란치스코) 님은 197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1979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이후 「시와 시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시집 「망치로 고요를 펴다」 등을 펴냈다. 현재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