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불편한 이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것만이 봉사가 아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진정을 다하여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상대방을 편안하게, 그리고 위로가 되어 주는 것 또한 봉사 활동의 한 일환이다. 바로 덕수성당(주임 : 류지현 마태오 신부) 군부대 봉사팀 ‘능하신 동정녀’ 쁘레시디움(단장 : 강재희 스콜라스티카)의 이야기이다.
덕수성당 최장수 쁘레시디움 중 하나로 지난 32년 간 레지오마리애 회합을 이어온 능하신 동정녀 쁘레시디움이 군부대 봉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이다. 꾸리아 간부로 활동하던 이금자(수산나, 전 단장) 봉사자가 꼬미시움 회계로 활동 중 군부대에서 봉사를 하고 있던 죽도성당의 참여 독려를 듣고 와 단원들에게 이야기하면서부터이다. 이금자 봉사자는 “우리는 신자로서 선교할 의무가 있고 이 기회에 군부대 장병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면 좋을 것 같았다.”며 “군부대를 황금어장이라고 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매월 넷째주 수요일에는 어김없이 군부대를 방문하고 그곳 충무대 성당 또는 본당에서 주회를 갖고 있다.


강재희 봉사자는 “맨 처음에는 구치소를 방문하고 초소를 돌면서 간식을 전달했는데 지금은 훈련병 병원과 해군 병원을 방문하여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장병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미(아드리아나) 봉사자는 “훈련병 병원은 비교적 가벼운 상처가 있을 때 치료받는 곳으로 다친 장병들은 며칠씩 훈련하느라 씻지도 못해 몰골이 말이 아니다.”라며 “그때마다 안쓰러워 눈물이 나왔지만 그 앞에서는 눈물을 보일 수가 없어 안 보이는 곳에서 몰래 훔치곤 했다.”고 하자 김현아(수산나) 봉사자가 “우리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생각나고 가족이 보고 싶어질 거라는 생각에 눈물을 보일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재희 봉사자는 “단원들 모두 아들이 있는데 장병들을 볼 때마다 집에 있는 아들들이 생각나 더 애틋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활절과 성탄절이면 정성껏 포장한 과자꾸러미를 장병들에게 나눠준다는 이금자 봉사자는 “지금은 충무대 신부님, 수녀님과 상의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부대 봉사활동은 항상 언행을 조심하고 기밀유지와 민감한 사항으로 제약을 받는다는 봉사자들은 “군부대를 방문할 때면 충무대 신부님과 수녀님이 함께 다니시는데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봉사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밝히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직장, 교육 등으로 전출과 전입이 많았던 가운데 많게는 14명, 적게는 5명이 활동 할 때도 있었다는 강재희 봉사자는 “단원들 가운데 일을 하고 있는 분들도 계셨지만 늘 봉사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줬다.”며 “김영순(데레사) 단원처럼 시설, 급식소 등 봉사자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고 봉사했던 단원들이 계셔서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금자 봉사자는 “그동안 자비로 간식 등 경비를 해결해서 모두에게 부담이 되었는데 올해 6월부터 본당에서 경비일체를 보조해주고 있다.”며 “그 전까지 서로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힘썼고 모자란 부분은 주변 신자 분들의 도움으로 해결하면서 준비해간 간식이 모자라 더 줄 수 없을 때는 미안하고 안타까웠다.”는 일도 있었다고 들려준다.
“처음에는 장병들 모습에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와 눈도 못 마주쳤다.”는 봉사자와 “이제는 내 아들같고 내 자식같아 마음이 더 간다.”는 봉사자, “미약하지만 우리의 활동으로 세례받는 장병들이 많아져 기분이 좋다.”는 봉사자, “꽃피는 3월에 장병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는 봉사자들은 봉사이기 전에 함께 사랑을 나누고 정을 쌓은 소중한 기억이라고 전했다.
32년 동안 본당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묵묵히 일하면서 밖으로는 복음전파에 힘써온 능하신 동정녀 쁘레시디움은 “집을 떠나 고된 훈련에 지친 장병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며 “개신교, 불교 등 타종교의 물질공세에 밀려 힘겨운 부분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힘이 난다.”며 군종후원회 또는 다양한 방법으로 군부대 봉사활동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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