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날, 남편의 폭력으로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우리 쉼터에 입소한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어 더욱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은 일반적으로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이 다른 가족에게 의도성을 가지고 계획적, 반복적으로 물리적 힘을 사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일삼아 고통을 주는 행위’입니다. 가정폭력은 대체로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폭력 수단이 다양화되고 그 정도도 심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 불신, 적대감이 커지고 가출, 별거, 이혼 등으로 이어져 가정해체를 가져 오기도 합니다.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이유가 없다는데 있습니다. 설령 이유가 있다고 해도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세상에 맞을 짓이란 없습니다. 만일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맞아야 한다면 이 세상에 맞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잘못을 했다고 해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처벌받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어떤 죄인도 폭력으로 다스리신 적이 없었습니다.
가정 안에서 때리고 맞는 일이 지극히 예사로운 일처럼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겉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인 가장의 ‘가족 길들이기’정도로 여기게 되는데, 이는 가정폭력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길목에 있어 크나큰 걸림돌이 됩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아니라 문제가 없는 듯이 여기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사회생활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인간의 성스러움과 폭력의 이중성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더 두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자녀의 70%이상이 폭력을 배우고 폭력성을 띠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른바 폭력의 재생산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폭력성이라는 것이 가정에서 무의식 중에 교육되어지고, 억압의 삐뚤어진 출구가 폭력으로 왜곡되어 표출되는 악순환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아버지를 배운다.’ 는 말이 있습니다. 역설적인 이 말이 사실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가정에서 폭력이 학습되어져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어른과 사회를 불신하게 됩니다. 자기의 잘못과는 아무 상관없는 부모의 폭력적 환경 때문에 자녀들이 치유할 수 없는 성격 장애와 결함을 가지고 끝내 폭력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결국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사회에 반영되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합니다. 이것으로부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줘야 합니다.
가정 폭력은 특정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일이라는 사고에 머무르지 말고, 바로 우리 사회, 우리 가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 공통적인 관심을 갖고 그들을 안아 주어야 합니다. 사실 폭력 문화에 무감각했던 우리는 폭력에 대한 무감각을 놀라움과 의로운 분노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어도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도움을 받는 것을 꺼려 합니다. 어렵고 힘든 만큼 밝은 곳으로 나와서 도움을 구하는 적극적인 노력과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혹시 가정폭력으로 위기상황에 처해 도움을 받고 싶거나, 도움을 주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여성 긴급전화 1366 또는 대구가톨릭가정폭력상담소 053)253-1401을 통해 상담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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