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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와 함께 하는 생명의 문화 확산을 위한 연중캠페인
북한이탈주민, 교회의 적극적 관심과 우리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장루시아 수녀|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소속

2012년, 한국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숫자가 2만 4천명을 넘어섰습니다. 2012년 12월 기준으로 대구지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700명을 넘어섰고, 대구대교구내 각 지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도 1000여 명이 넘습니다. 이들 중에는 가톨릭교회를 통하여 이웃을 만나고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도 상당 수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입국하면 정부합동심문을 거쳐 통일부가 관할하는 ‘하나원’에 입소하여 3개월 간의 사회적응교육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은 천주교, 개신교, 불교의 종교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가톨릭교회를 접하게 되고, 교리교육을 받으며 수료 전 ‘받아들이는 예식’을 거쳐 희망 세례명을 받게 됩니다. 하나원 과정을 수료하면 지역사회에 정착하게 되는데 이때 국가는 주거, 취업, 복지, 교육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한국정착 과정에서의 필요한 도움은 그 숫자에 비해 너무나 다양하고 복합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직 한국 사회의 문화와 제도, 심지어 언어조차 서툰 북한이탈주민에게 국가가 마련한 정책적 지원은 오랫동안 준비되어온 결과물이 아닙니다. 1995년 북한의 수해 이후 대량 식량난민들이 탈북을 하게 되고, 이들 중에서 한국 입국자가 늘어나면서부터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을 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정착지원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 대상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너무 획일적이고 공급자 중심이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곳에 집중되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과 임대주택 사정에 따라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거주하는 반면, 이들과 관련된 도움이 필요한 문제는 보육, 육아, 교육, 청소년, 여성, 취업, 노인, 장애인 등 매우 다양한 이슈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우리 사회의 보편 복지체계 안에서 도움을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들 대부분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안위 때문에 신분노출을 꺼리고 있어 접근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도 복지전달체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점은 기존 남한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식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남한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을 처음 만나면 상당 수가 ‘남·북한이 무엇이 다른가?’를 묻기보다는 ‘한국에 왔더니 무엇이 제일 좋은가?’를 질문한다고 합니다. 이 질문의 이면에는 남한이 북한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고 이것이 잘못되면 북한이탈주민들을 ‘이등국민’으로 취급하는 태도로 발현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들은 남북간 정치 상황이나 북한의 도발, 간첩문제 등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의심과 불신의 대상이 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상당한 불안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여러 조사에서 드러난 결과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 생활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는 남한 주민들의 편견과 이중적 태도라는 점입니다.

위의 상황만 보더라도 가톨릭교회가 북한이탈주민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분명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로서가 아니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은 이민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가족과 살던 땅을 떠나 희망을 찾아온 우리 이웃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형제적 사랑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먼저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그들 스스로 한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돕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곁에 와 있는 이웃, 그것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이웃이 바로 북한이탈주민들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을 지역사회와 교회의 부담이 아닌 어엿한 이웃이자 통일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여 주변의 작은 통일부터 이루어 진정한 통일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신앙의 해’, 신앙인인 우리는 그리스도의 눈으로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그분의 손이 되어 이웃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