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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제2차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연재(5)
새 시대, 새 복음화
- 대구대교구 제2차 시노드의 폐막에 즈음하여 교구민에게 반포하는 교구장의 교서


조환길(타대오)|대주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Ⅳ.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과 배려

 35. 교회의 사랑실천을 위한 근거와 방향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을 고통에서 해방시키고 그들에게 충만한 생명을 주는 것을 당신 사명으로 여기셨습니다. 또한 그분은 가장 약하고 어려운 사람을 당신과 똑같이 여기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성사인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 또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일치를 위한 표지요 도구가 되라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본당은 예수님의 사명과 모범에 따라 교회의 성사적 사명을 지역에서 구현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당은 지역 주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에 함께 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회의 사랑실천은 단지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는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각자가 처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으로서 교회와 사회의 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존엄성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수호하며, ‘사랑의 문화(Civilization of Love)’(복자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자비로우신 하느님』 14)가 충만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36. 사랑실천에 관한 체험 및 실천 중심의 체계적인 교육
사랑실천은 모든 신자에게 주어진 의무입니다. 그래서 신자라면 누구나 필요한 사랑실천을 위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사랑실천에 참여하는 모든 신자들이 스스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깨달아 “모든 것을 신앙의 빛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활동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신을 형성하고 완성”(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29)하려 노력할 때 사랑실천의 성사적 사명이 실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랑실천을 위한 교육은 모든 신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체험과 실천에 중심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37. 본당시설의 개방과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사랑실천 문화의 확산
본당은 장애나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신자들이 불편 없이 본당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신자와 지역주민 사이의 친교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본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을 갖추고 이를 지역주민에게 개방하여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본당은 이웃과 친교를 다지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사랑의 문화가 지역에서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38. 노인의 자기계발 장려와 보호 및 동반의 실천
수명의 연장으로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은퇴 후 노년기도 더 길어져 노인들이 바라는 것과 필요한 것이 다양해졌습니다. 그에 반해 노인에 대한 가정의 보호 및 부양기능은 약해져 적지 않은 노인들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본당은 신자들의 다양한 재능과 역량을 활용하여 노인들에게 자기계발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그들의 존엄성에 알맞게 노인들을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또한 인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활동을 장려하여 임종하는 사람과 그 가족의 아픔에 동참하고 위로해야 할 것입니다.

39. 다문화 가족과 새터민 등 이주민 권익의 옹호
이미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 새터민과 같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편견과 오해 때문에 갈등과 차별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그네 된 사람을 당신과 똑같이 여기셔서 그들을 따뜻이 맞이하는 것이 심판의 기준 가운데 하나라고 가르치셨습니다.(마태 25,35 참조) 그래서 교구와 대리구 및 본당에서는 이 가르침에 따라 상호존중과 배려에 바탕을 두고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문화와 인종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시민의식을 개선하고, 이주노동자, 새터민, 다문화 가정의 권리를 옹호하면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신자 및 지역주민과 그들의 만남을 장려하고 촉진해야 할 것입니다.
 

40. 중독, 따돌림, 폭력 현상의 예방과 개선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서로 존중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며 나눔이 결여된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가족의 결속력과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었으며, 나날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대사회의 문화적 병폐는 알코올을 비롯한 약물, 도박, 인터넷 중독뿐 아니라, 아동, 여성 등 약자에 대한 폭력과 따돌림 같은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교구와 대리구 및 본당은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그에 관한 지역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 사회의 문화에 걸맞게 존중과 공감을 드러내 보이며, 문제 예방과 상황 개선에 효과적인 개입 방안을 그들과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보호가 필요한 아동, 청소년들에게 건전하고 전인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41. 교구와 대리구 차원의 자원봉사 지원센터 설립
현대인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돕기를 바랍니다. 이런 경향은 젊은이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교구와 대리구에서는 신자들이 자기 관심사와 상황에 맞게 이웃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정보와 도움을 제공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자원봉사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신자의 사랑실천 의무를 다음 세대로 전수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42. 사제,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를 위한 사회복지교육 실시
사제는 “어려움에 짓눌린 이들을 특별한 정성으로 보살피고”(『교회법』 529조), 신자들에게 사랑의 의무를 신자답게 수행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교회 사명 구현의 협력자인 수도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도 이 과업에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교구는 사랑실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물론이고, 사랑실천 체험, 그에 관한 신앙적 해석, 그리고 영적인 성숙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복지교육을 성직자와 수도자 양성과정에 포함시키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본당 총회장과 사목평의회 임원, 구역반장 등 평신도 지도자 양성과정에도 같은 내용을 포함시킬 것입니다. 이런 교육을 위해 교구는 표준 교재를 개발하고 교육자들을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
 

43. 본당 사회복지위원의 교육 및 교육 이수자 중심의 임원 임명
본당 사회복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본당 사회복지 위원들은 그들의 활동이 지닌 가치와 과업, 그리고 과업수행방식에 관해 공통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교구와 대리구는 본당사회복지위원을 위한 단계별 교육을 실시하고, 본당에서 교육 이수자를 중심으로 본당사회복지위원장을 임명하도록 하여 본당 사회복지활동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문 연구·교육기관을 활성화시키고 상설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44. 사회복지재정을 위한 본당 및 대리구간의 협력
교구 내 본당마다 사랑실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차이가 큽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있는 본당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 더 많은데, 본당의 예산은 오히려 더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구와 대리구는 대리구 내 본당 간 사회복지 결연과 대리구 사회복지협의회 간의 상호 재정지원을 장려함으로써 재정이 부족해서 꼭 필요한 사랑실천 활동을 하기 어려운 본당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본당간의 사랑실천을 위한 재원의 격차를 줄여가야 할 것입니다. - 다음 호에 계속


2012년 10월 28일(일) 제2차 교구 시노드 폐막에 즈음하여 교구민들에게 반포한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의 시노드 교서 전문을 매월 연재해 드립니다. - 편집자 주(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