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를 가르쳐준 필리핀 김수환(제준이냐시오)|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연수를 떠나기 전, 뉴스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필리핀이라는 나라가 치안이 잘 안 되어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 이유로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필리핀으로 향했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날아서 새벽에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나를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더운 날씨! 다행히 필리핀도 겨울이라 그렇게 덥지 않다고 했지만, 춥고 눈 내리던 한국에서 필리핀에 도착하니 그 느낌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다가왔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앞으로 머물게 될 숙소인 따가이따이에 있는 예수성심시녀회 수녀원으로 향했다. 수녀님들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는 그곳에서 영어수업을 들었다. 필리핀 현지인 선생님들께서 오셔서 가르쳐 주셨다. 영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처음에는 수업이 힘들게 느껴졌지만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져갔다. 비록 선생님들과 말은 잘 안 통해도 하느님이라는 공통분모로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평일에는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3~4명씩 한 조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필리핀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교통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서 뒤죽박죽인 교통질서는 내가 느끼기에 필리핀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다르게 필리핀 사람들에게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그들이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일을 하면서도 맡은 일을 다 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부러웠던 것은 그들의 신앙심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보이는 성당을 그들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성당을 지나가면 성호를 긋는다. 심지어 차 운전을 하면서도 말이다. 이 작은 행동으로 이들이 얼마나 굳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듯했다. 또 미사참례 때에도 정성스럽게 하느님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신학생이라는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도 이들처럼 굳은 신앙을 가진 진정한 신앙인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다. 또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필리핀에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도 그렇지만 그아이들을 보면 정말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 하나, 작은 친절 하나에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서 마치 나도 어린이가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천사 같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살아가기를 하느님께 청하였다.
그렇게 길 것만 같았던 한 달이 지나갔다. 그 시간 동안 필리핀은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 주었다. 우선 나의 시선을 넓혀 주었고 나의 마음을 열어 주었으며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피부색이 달라도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현지인들과도 정말 편하게 지낸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치안이 잘 안 되어 있는 위험한 나라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필리핀은 좋은 나라로 기억된다. 아마도 그렇게 되도록 해주신 하느님과 항상 함께 계시는 예수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과 그분들에게 받은 고마움을 한 움큼 가슴에 담고 항상 마음속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만났던 모든 분들, 수녀님들, 선생님들, 신부님, 예수님,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준 필리핀, 정말 고마웠어!
② 가난한 교회, 그러나 행복한 사람들 한덕현(파비아노)|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한티에서 1학년 영성의 해를 마치고 1학년의 마지막 과정인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신학생들이 1학년을 마치고 필리핀에 가는 목적은 총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영어 공부를 위해서이다. 따갈로그어와 함께 두 번째 언어를 가지고 있는 필리핀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기에 영어를 배우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둘째, 가난한 교회에 대한 체험이다. 국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필리핀이지만 국민의 85%가 로마 가톨릭을 자신들의 종교로 가지고 있기에 교회에 대한 체험을 가장 많이 했으면서도 배울 점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셋째, 우리 동기들의 우애를 더욱 다지기 위해서이다. 1학년 방학을 돌이켜 보니 방학생활이 우리 반 분위기에 크게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여름 방학은 봉사활동 파견으로, 겨울은 반 전체가 함께 필리핀으로 떠났으니 말이다.
평일에는 필리피노 선생님들과 함께 한 영어수업이 주를 이루었다. 금요일에는 한 주간 익힌 것에 대한 시험을 치렀다. 시험 후 떠나는 여행, 우리 반은 총 세 번의 조별 여행과 두 번의 반 여행을 가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마닐라 예수성심시녀회 수녀원으로 떠난 봉사활동이다. 필리핀에서의 봉사활동에 대한 기대를 갖고 마닐라로 떠났다. 그러나 떠나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길이 멀어 버스와 지프니, 트라이시클을 번갈아 타면서 찾아간 곳은 씻을 공간도 충분치 않은 곳이었다. 우리는 예수성심시녀회에서 운영하는 매주 토요일의 스케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과연 어떤 아이들이 올까, 기다리며 하룻밤을 자고 토요일에 드디어 봉사를 시작했다. 시작할 시간도 아닌데 일찍부터 아이들이 와서 기다리며 놀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봉사활동은 총 2조로 구성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밥과 국, 간식을 만드는 주방 팀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조였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몇 시간을 보내며 뛰어놀았다. 힘들지 않았다.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점심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배가 불렀다. 헤어지기 싫었던지 우리 이름을 물어보고 더 놀자며 문 앞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원장 수녀님께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가 꽤 되었는데 신학생 봉사자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 감사했다. 하지만 필리핀의 현실여건상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만큼 줄 수 없는 음식, 이런 시설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을 보면서 가난한 교회, 도움이 필요한 교회의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국의 봉사활동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과 함께 뭔가에 부딪힌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한 번의 이러한 시간이 나에게 이토록 큰 영감을 가져다줄지 몰랐다.
필리핀, 그곳은 신학교 1학년 생활을 마무리하기에 굉장히 좋은 장소였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또 언제 다시 내게 이런 기회가 올까 싶어 하루하루 알차게 보낸 곳이기도 했다. 좋은 시간, 좋은 장소, 좋은 기회를 주신 하느님과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③ 사랑을 나누는 마음이 먼저 최한준(요셉)|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런 걱정 자체가 헛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필리핀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또 운동을 하다가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말은 통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마음은 통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솔직히 저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필리핀에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처음 길을 물어 볼 때나 지프니, 트라이시클, 택시 등을 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이 표현이 어법에 맞을까?’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대화하려니 나중에는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싶어서 적극적으로 몇 단어만이라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들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져 갔습니다. 그 후부터 어법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단순한 단어 조합만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불편한 예상과 다르게 필리핀 분들은 저의 서툰 표현을 잘 알아듣고 행동해 주셨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저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일행이 단체로 파라냐케 지방으로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필리핀 아이들과 놀면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필리핀 아이들 대부분이 영어를 쓸 줄 모르고 자국어인 따갈로그어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처음에는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아이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중요해 보였던 언어가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니 아이들 또한 저희에게 ‘사랑’으로 보답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알아야 하고 가져야 하는 것은 외국어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달의 필리핀 생활을 마치면서 아직 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 나름대로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영어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느끼고 체험하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사랑을 나누는 것’을 배울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항상 성경을 통해, 수업을 통해 배웠던 사랑이지만 이번 필리핀 연수를 통해 제 마음 속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필리핀 연수는 끝났지만 제게 사랑을 가르쳐준 아이들의 미소는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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