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수는 등록 장애인 260만 명 정도와 비등록 장애인을 합해 전체 인구 대비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장애인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각종 장애인 시설과 가정 내에서 사회와 격리되다시피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그것이 바로 장애인에 대한 우리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받는 사회적 차별은 사람들이 가진 기본적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장애인들은 세상과 단절되고 방치된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비장애인들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의 각종 시스템, 고용시장, 대우 등 그들이 받는 고통이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에 봉사자의 소개로 한 시골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쾌쾌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집에는 윗채와 아랫채가 있는데 아랫채에 17세의 장애인이 방문이 잠긴 채 어두컴컴한 방에 혼자 웅크리고 있었다. 시골은 아침에 해가 뜨면 농사지으러 나가고 해가 지면 집에 돌아오는데 이 집도 마찬가지로 부모님들이 농사를 지으려고 아침 일찍 나가면서 밥과 반찬 몇 가지와 물과 요강을 방안에 놓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가버렸던 것이다. 이 친구는 원래 정상적으로 태어났는데 두 살 때 옆집에 사는 누나 친구가 놀러와 아기가 귀엽다며 공중에 둥가둥가 하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한다. 그때 아기가 울고 거품을 물고 경기를 하기에 놀란 것 같아 물을 먹이고 다독였지만 그 뒤부터 아기는 발육과 성장이 안 되고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병원에도 가 보았지만 더 이상 차도가 없고, 병원비 부담과 농사일이 바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7년 동안 방에 갇혀서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간간이 외출도 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 있다.
이제 그는 세상에 나왔지만 또 다른 힘겨움을 느끼고 있다. 무슨 병에 걸린 것처럼 ‘빨리 나으세요.’라는 말을 듣거나 거저 도와주거나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각과 얼굴 찌푸리고 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다른 좌절을 겪고 있다. 그들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여긴다.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키가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다. 몸집이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 피부색, 종교의 차이 등을 가지고 있듯이 장애는 사람마다 지니는 ‘차이’에 불과하다. 우리는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또 받지도 않고 사는 것이 제일 공평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안 주고 안 받는, 혹은 주는 만큼만 받고 받은 만큼 주는 게 아니라 모르는 사이의 어떤 사람에게는 많이 주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많이 받는다는 것, 그렇게 돌고 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사회라는 것은 우연하게 여러 사람들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모여 있는 인간의 무리가 아니고 일정한 원리와 이유를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간들의 총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역할을 하든 심지어 신체상의 어떤 장애가 있든 사회생활을 통해서 그 자신과 그가 속해 있는 사회를 발전시키고 향상 시킬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선진국은 경제적 성장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수준 향상이 필수적임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장애란 겉으로 드러난 장애가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속에 장애물을 쌓고 편향된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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