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것이다. 신앙인으로서 기도로 이 힘든 순간을 이겨내야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좌절과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 고통의 시간을 가족이 함께 이겨내 가며 믿음을 회복해 가는 영화 〈굿바이 그레이스〉를 소개한다.
스탠리 필립스는 두 딸 헤이디와 딘의 아빠이며, 직업군인인 아내 그레이스 필립스의 남편이다. 어느 날 스탠리는 이라크로 파병을 간 아내의 청천병력과 같은 전사소식을 듣게 되고, 상실감과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딸들에게 아내의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함께 놀이동산을 향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평소의 엄격함 대신 갑작스런 자유로움이 낯설기도 했지만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헤이디와 딘은 흥겹기만 하였다. 여행 도중 스탠리는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그레이스 대신 자기 집의 자동응답기에 자신의 속내를 남기고, 헤이디는 우연히 집에 전화를 걸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스탠리와 딸들은 꿈에 그리던 놀이동산에 도착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탠리는 엄마 그레이스의 죽음을 딸들에게 얘기하게 된다.
스탠리는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되자 망연자실해진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아내의 죽음을 알리려 집에 찾아온 군종장교 조차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딸들은 학교에서 돌아오고 이 고통스런 현실을 알려야 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외식으로 더 나아가 여행으로 고통의 순간을 피해가려 한다. 자신의 딸들, 어머니나 형제에게도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큰딸 헤이디는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아빠가 슬퍼하는 이유를 우연히 알게 되지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척하며 놀이동산에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 두 사람의 행동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사실을 인정하고 말하게 될 때 가족 모두에게 너무나 힘겨운 현실이 되어 버릴 것이기에.


이 영화에서 가족의 치유를 이끄는 사람은 스탠리나 헤이디가 아닌 막내딸 딘이였다. 딘은 엄마와 알람시계를 맞추고 같은 시간에 서로를 기억하며 언제나 기도한다. 비록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그 기도의 시간이 엄마와 자신 더 나아가 가족들을 이어주는 분명한 끈이었던 것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의 장례식이 끝난 후 엄마의 묘소 앞에서 가족이 그 알람에 맞추어 기도하는 것은 딘의 기도가 이제 혼자만의 기도가 아닌 가족이 함께하는 기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 안에 슬픔과 고통이 자리 잡고 있을 때 누군가 해야 할 역할은 “기도하는 것”이다. 지금 느끼는 그 슬픔과 고통을 스스로 이겨낼 수 없기에 그 기도의 역할은 모두를 위한 치유이며 화해의 행위이다. 비록 하느님의 부재가 느껴지며, 그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해도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이 기도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며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터닝포인트
- 바닷가에서 엄마 그레이스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1:13:17~1:18:02)
놀이동산에서 나온 스탠리는 딸들을 태우고 집으로 가던 중 결심한 듯 차를 멈춘다. 그리고 해변으로 차를 돌린다. 해변에 가족이 함께 앉자 스탠리는 딸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담담히 말하기 시작하고, 서로 부둥켜안은 채 울면서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석양이 저물 때까지 서로를 의지한 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스탠리는 지금까지 딸들에게 도저히 말할 수 없었던 엄마의 죽음을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된다. 바다는 그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위로하며 슬픔에 짓눌리지 않고 그 슬픔을 마주하게 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어려움(고통)의 순간을 주님 안에서 기도로 이겨내려고 하는가?
- 어려움(고통) 중에 있는 이웃(친척)을 위로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가?
- 가족들과 함께 자주 기도하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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