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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다


최인수(플로라)|두류성당

저는 지난 성탄절에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저에게는 크나 큰 영광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7개월여의 긴 여정이 길게 느껴졌는데 시작하고 보니 그리 긴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회사 일을 도우며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를 두고 있는 저에게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2012년 초에 학교폭력 등으로 언론 보도가 많았습니다. 학부모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남학생인지라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앞으로 찾아오게 될 질풍노도의 시기를 생각하면 차츰 고민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리 아이에게 집안 종교인 가톨릭을 알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당에서 기도하며 신부님의 좋은 말씀을 통해 바른 사람으로 자라나고 외동인 아들에게는 좋은 형들과 친구들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시댁 식구들은 모두 천주교 신자인데 저와 아이만 비신자였습니다. 먼저 냉담 중인 남편에게 의논을 했습니다. 아이를 성당에 보내고 싶어 하는 제 말에 남편은 “나도 이제 다시 다녀야겠구나.”라는 대답으로 본인의 결심을 드러내보였습니다.
그리고 4월 중순, 처음 성당에 발을 내딛은 아이는 5월부터 시작되는 ‘첫영성체 교리반’에서 이미 유아세례를 받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리수업을 하며 6월에 세례와 첫영성체를 받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와 아이. 제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제가 일을 마치고 교리수업을 마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일밖에는 없었습니다. 교리수업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이가 “엄마, 다른 애들은 ‘주님의 기도’도 알고 ‘사도신경’도 아는데 나는 하나도 몰라~!”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아무런 도움도 되어주지 못하는 제 자신이 무척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와 함께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도 엄마와 함께 외우니 서로 경쟁도 되고 확인도 해 주니 좋아했습니다. 많은 기도문 중에 간혹 어려운 단어가 있어서 힘도 들었지만 주님의 기도도 모르던 아이는 많은 기도문을 외워 첫 번째 기도문 통과자가 되어 해맑게 웃으며 제게 자랑을 했고 그런 아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기뻐보였습니다. 이제 아이는 복사가 되어 주님의 제단에서 봉사할 수 있는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저도 결심을 했습니다. 아이가 어려서 2~3년 뒤쯤 세례를 생각했던 저도 교리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자모회 어머니들은 저만 보면 “세례 받으세요. 이번에 교리반이 시작되었으니 같이 하시면 되겠네요.”라고 말씀하셨고 아이 세례 관계로 상담을 드렸던 보좌신부님께서도 “지금이라도 교리반에 나오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습니다. 저는 보좌신부님께서 하시는 수요일 저녁 반에 입교하여 교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모자는 같은 스승님을 모시는 제자가 되었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집에 가서 아이에게 밥만 얼른 차려 주고는 성당으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때론 피곤해서 본의 아니게 하품이 나올 때는 신부님 뵙기가 민망하기 짝이 없었지만 공부를 늦게 시작한 만큼 빠지지 않고 다녔습니다. 교리공부 후 집에 오던 어느 날, 제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신부님의 강의를 통해 주님의 말씀을 청해 듣고 천주교를 알아가는 일이 제게는 즐거움이었나 봅니다. 매일매일 바쁘고 힘들었던 삶 속에서 저도 모르게 제 가슴속에 말씀의 씨앗이 작은 싹을 틔워 제 마음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나 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불림을 받아 세례를 받은 저는 최인수 플로라, 남편은 김동규 플라도, 그리고 세례에서 복사까지 안 한다는 소리 한 번 안 하고 잘 따라와 준 아들은 김정현 마리오입니다. ‘주님! 저희가 주님 울타리 안에서 신앙으로 하나 되어 좋은 가정을 이루어가도록 평화와 은총을 내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