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월간 〈빛〉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며 창간 당시 초대 주간이셨던 최홍길(레오, 수성성당 주임) 신부님을 모시고, 성바오로딸수도회의 김계선(에반젤리나) 수녀님, 애독자 이영구(실베스텔, 침산성당) 대구ME 대표님, 애독자 박용윤(베네딕토, 고산성당) 형제님과 함께 수성성당에서 만났습니다. 좌담회는 월간 〈빛〉 창간의 배경과 현재,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대화의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진행자 : 초대 주간이셨던 신부님, 교구의 소식을 다루는 잡지로는 최초인 월간 〈빛〉지가 2013년 5월 창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물론 처음 창간 때와는 잡지의 성격이 차이가 있겠지만, 오랜 세월 대구대교구의 소식과 더불어 교구민들에게 신앙생활의 길잡이 역할을 해 온 월간 〈빛〉의 족적에 대해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최홍길 신부 : 한국교회의 공동 슬로건 ‘이 땅에 빛을’은 200주년 정신을 심화한다는 뜻과 함께 대구교회에서는 지나 간 200년 세월동안의 자취와 저력을 되살려보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앙의 뿌리를 찾고자 교구사 편찬사업을 하던 중 회보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월간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빛〉잡지의 시작이 된 것이죠. 회보를 낸다는 것은 대구의 신앙의 뿌리를 찾는다는 운동과 신앙적인 정신, 그리고 유산을 전해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월간 〈빛〉잡지가 창간된 1983년 5월은 특별성년과 200주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 사목 방문을 앞두고 발행된 특별호는 5만부를 발행했지요. 처음에는 〈이 땅에 빛을〉로 시작했다가 1984년에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빛〉으로 바꾸었습니다. ‘새 하늘 새 땅’은 현재도 중요하지만 지나온 세월의 토대 위에 새로운 100년, 200년의 전망에 대한 의미가 있고 그 전망에 〈빛〉잡지가 해야 할 몫이 있는 것입니다.
또 당시 지역 문화 창단을 위해 〈매일신문〉과 더불어 월간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교회적인 성격을 나타내면서 대구지역의 특징이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필자 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좋은 필자를 섭외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교구 내 저널리스트나 문인들의 협조가 컸습니다.
진행자 : 그렇게 시작된 월간<빛>이 30년 동안 결호 없이 발행되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앞으로 월간 〈빛〉이 신자들에게 더 가까이 나아가려면 어떤 부분에 충실해야 할까요?
최홍길 신부 : 월간 〈빛〉지가 교구 기관지로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몸부림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빛〉잡지가 나아갈 방향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는 200주년을 잘 지냈고 대구는 순교정신을 바탕으로 자랑스러운 교회로 살고 있습니다. 더구나 2011년에 교구설정 100주년을 지내며 한 걸음 더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빛>잡지가 할 일과 몫이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많은 독자들이 <빛>잡지에 갖고 있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고정필자도 좋지만 신선하게 다가서고 또 선도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새로운 기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을 신자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역량이나 저력을 찾고 키워나가기 위해 앞으로 〈빛〉잡지에서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 수녀님, 요즘은 인터넷,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의 확산과 급격한 전자매체의 발달로 전자책(e-book) 공급이 많이 활성화 되면서 종이책이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종이책으로의 복귀를 도울 수 있는지, 또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생의 길이 있다면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지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김계선 수녀 : 예전에 라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곧 신문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지요. 아시다시피 종이책은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이 원래 종이책을 읽던, 즉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 중 특히 젊은이들이 책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부족한 점을 서로 보완하여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앞으로 종이책이 복귀하기 위해서는 좋은 책과 재미있는 책의 장점들을 모두 갖추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책을 만나는 기쁨을 〈빛〉잡지를 통해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종이책만의 매력으로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아울러 종이책 출판시장에서 월간 〈빛〉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계선 수녀 : 많은 사람들의 경우 무언가를 생각하며 읽을 때에는 종이책을, 가볍게 읽을 때는 전자책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종이책을 ‘향기가 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종이책은 우리를 정신적으로 지탱해주는 지주의 역할을 해 주고 종이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대화의 소재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30년 동안 〈빛〉잡지 역시 신앙잡지로 대구대교구의 신앙인들에게 기여한 바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빛〉잡지가 종이책으로 굳게 자리매김 하려면 종이책의 감성적인 부분과 전자책의 좋은 점을 더 살려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종이책을 통해 사람들의 신앙적인 감성과 정신을 일깨워나가는 가운데, 전자책의 좋은 점인 쌍방향 소통과 참여, 그리고 공유의 특성을 살려 평신도들이 많이 참여하고 주축을 이루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기록매체의 특성을 잘 살려서 지나간 역사를 잘 보존하여 기록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와 교회의 더 큰 변화와 발전을 위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달 〈빛〉 잡지를 읽을 때마다 굉장히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인 잡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잡지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신앙을 성숙시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진행자 : 대구ME 이영구 대표님께서는 그동안 오랜 세월을 월간 〈빛〉과 더불어 신앙생활을 해 오신 걸로 알고 있고 또 창간호부터 〈빛〉을 다 모아놓으셨다고 들었는데요, 대표님께 월간 〈빛〉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요?
이영구 대구ME 대표 : 〈빛〉 창간 무렵에는 신문과 잡지가 많이 없어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즈음에 〈빛〉을 처음 본 순간,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황님이 오셨을 때 시민운동장에서 보았던 해무리 모습이 너무 놀라워 그 감격을 1년 동안 혼자 간직하고 있다가 1985년 5월호 〈빛〉잡지에 처음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 후 현재 사제인 동생(이성구 사도요한 신부, 평화성당 주임)과 아내 등 가족들이 〈빛〉잡지에 투고를 많이 했습니다.
특히 제 어머니께서는 〈빛〉잡지를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셨습니다. 가족들의 글이 실린 부분이나 본인이 관심 있게 읽고 특별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따로 표시해둘 정도로 굉장히 애독하셨습니다. 요즘도 틈틈이 어머니께서 표시해두신 부분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숨결을 느껴봅니다. 그래서인지 〈빛〉잡지는 우리 집안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잡지를 통해 가족끼리 서로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니까요. 지금도 서재 한쪽에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빼곡하게 꽂혀있는 〈빛〉잡지는 마치 우리 가족의 추억의 앨범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빛〉잡지도 20대의 풋풋한 청년에서 장년으로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빛〉잡지는 우리 대구대교구민들에게는 역사사료이자 신앙과 지식,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보고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구 ME에서 오랫동안 홍보를 담당하면서 깨달은 것도 선교활동에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매체가 〈빛〉잡지라는 거였지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도모해왔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모습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소수의 인원이 매달 자체적으로 잡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교구민들에게 대단히 소중한 〈빛〉잡지가 끝까지 그 이름을 간직하며 남아있기를 소망합니다.
진행자 : 박용윤 님, 처음 뵙겠습니다. 월간 〈빛〉 애독자들의 연령층이 비교적 높은 편인데, 박용윤 님 역시 어르신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 매월 잡지를 꼼꼼하게 읽으시고 또 독자엽서를 통해 의견을 자세히 적어 보내주시고 계시지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박용윤 님께서는 매월 〈빛〉잡지를 읽으시면서 어떤 부분이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셨는지요?
애독자 박용윤 : 제가 〈빛〉잡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신자로서 성경이나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 외에 또 다른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잡지를 읽고 있는데요, 그 중 요즘 제가 좋아하는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먼저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라는 송창현 신부님의 글입니다. 글을 읽으며 예수님의 복음선포 행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김정숙 교수님의 ‘100년의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국채보상운동 당시 가톨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새롭게 알게 되어 비신자들과의 대화에서도 신자로서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이유정 선생의 교실이야기’, ‘담 안에서 온 편지’, 오늘 이 자리에 계신 ‘김계선 수녀의 종이책 읽기’ 등의 글은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자다가 일어나서 또 다시 읽어볼 정도로 제가 좋아하는 내용들입니다. 그 외에도 참 다양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빛〉잡지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신앙관련 교리나 지식들을 알게 되어 참 좋습니다.
진행자 : 오늘 어렵게 시간 내주셔서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시고 또 귀한 말씀 들려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말씀을 들으며 잡지를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새삼 깊은 책임감과 더불어 은혜로움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 하나 저희 힘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하느님의 현존하심과 섭리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는데요, 끝으로 월간 〈빛〉의 밝은 미래를 위해 신부님께서 한 말씀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홍길 신부 : 앞으로도 월간 〈빛〉이 교구 기관지로서의 몫을 다해야 할 것이고, 나아가 정통적이고 모든 부분에 정확성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교회용어나 세례명 등은 공식적인 용어를 선택하여 신중하고 권위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여, 교구 신자들이 〈빛〉잡지를 통해 교회의 제대로 된 가르침을 잘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창간 3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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