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이란 단어는 화사한 날씨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설렘과 기다림을 갖게 합니다. 특히 ‘감사’라는 귀한 단어도 빼놓을 순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이 모두 있는 계절의 여왕 오월은 그래서 더더욱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가정의 소중함이 더 간절하게 다가오는 오월에 저는 짧은 영상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이 처음 의사 표현한 “RUN : 달리고 싶다.”라는 한 마디 말을 듣고 자신의 전 생애를 아들에게 준 아버지 딕 호이트(Dick Hoyt)와 그 아들 릭(Rick Hoyt)이 그 주인공입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들 릭(Rick)을 세상 밖으로 이끌기 위해 그는 때로는 안고 달리며 수십 차례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했습니다. 아들을 태운 고무보트를 허리에 묶고 그 넓은 바다를 수영하였고, 휠체어에 아들을 태워 밀며 수십 차례 마라톤을 완주하였으며 아들을 태운 자전거의 두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 되는 삶을 만들어 낸 위대한 아버지와 장한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상은 채 5분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이 끝난 뒤 오랜 시간 제 망막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그 말마디가 너무나 세차게 제 맘을 파고들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지는 통증을 느낍니다.
아들 릭 : “아버지 고마워요. 아버지가 계셔서 전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아버지 딕 : “아들아! 네가 있어서 아버지도 할 수 있었단다.”
가족은 이렇게 엄청난 기적을 일궈내는 밑바탕인 것 같습니다. 우리 예수님의 삶도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지켜졌음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가정은 아이들에게 왜곡된 희생과 사랑으로 어쩌면 어른들은 더 당당해지고, 아이들은 부모의 희생과 사랑을 외면하게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학교에서 부모님들과 상담해보면 대부분 당신 자신은 자식들에게 공부만 이야기하지 않고 인성적인 삶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님에 대해 다르게 이야기하며 그 상처가 무척 깊은 아이들도 쉽게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서로가 가장 사랑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음이 무척이나 안타까워 제가 중간에서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서로가 닫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습니다.
몇 년 전 한 학생과 대화 중 자신의 아버지를 계속 “그 사람”이라고 지칭하였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는 제게 그 학생은 아버지의 부당함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하며, 빨리 아버지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와 대화를 하면서 저는 중학교까지 무척 잘 해온 아들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으신 아버지께서 아들을 사랑하는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들이 안타까워 표출한 지나친 애정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몇 년 뒤 학교를 찾아온 그 학생이 군대 월급을 모아 아버지께 식사 대접을 하고 술 한 잔을 했다며, 이젠 아버지가 자신을 참 많이 사랑하셨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사랑은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그 답이 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사실 장애인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아버지 딕 호이트나 우리 반 학생의 아버지, 모두 자녀를 사랑함에는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 후자의 경우 단지 상대를 바라볼 때 좀 더 이해하는 마음이 부족했고, 표현 방법이 조금 서툴렀다고 생각합니다.
코린토 전서 13장에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사랑’의 힘에 대해 말씀하고 계십니다. 또한 17년 교직 생활을 하며 학생들은 교사가 믿어 주는 만큼 자기 스스로에게 희망을 건다는 것을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씁쓸하게도 가끔씩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럴 땐 이렇게 제 자신을 위안합니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 영원이 저 아이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지금 뿌린 씨앗이 잘 뿌리를 내려 세상 그 어디에선가 거목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출생 8개월째 될 때 식물인간이 될 거라며 포기하라는 병원의 말을 듣지 않고, 아버지 딕의 희생과 사랑으로 지켜낸 그 귀한 생명은 1993년 보스톤 대학 특수 교육 분야 컴퓨터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영상의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잔잔하게 흐릅니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곁에 있기에 소중한 가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가족’이란 이름으로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가족’이 있어 위안이 되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 주느라 자신을 송두리째 내놓고 살아가는 이 나라의 고달픈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이 글을 마치며 묵주알 한 알 한 알 마음을 담아, 우리 성모님께 청해봅니다.
“힘내세요. 그들에게 당신들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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