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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와 함께 하는 생명의 문화 확산을 위한 연중캠페인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권우영(벨라뎃다) 수녀|군위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예수성심시녀회

 어느 수요일 오후, 버스 터미널에 들어선 순간 어디선가 많이 본 여성의 뒷모습, 센터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가던 다문화가족이었다. 그녀는 펜을 들고 무언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ㅇㅇ씨, 여기서 뭐해요?”

“선생님, 버스 기다리고 있어요.”(그들에게 나의 호칭은 수녀님이 아니라 선생님이다.)

“그런데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요?”

“운전면허시험 쳐요.(치르려고요.) 공부해요.(공부하고 있어요.)”

“내용 알겠어요?”

“아니오. 어려워, 머리아파요.” 우리는 서로의 버스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그때 옆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네가 가서 말 한번 붙여봐라. 한국말로 대답하는지.”라며 당신들끼리 수군거리신다. 나는 가끔 이렇게 구경하듯이 쳐다보는 시선들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본국에 부모·형제를 두고 행복을 꿈꾸며, 남편만을 믿고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다문화가족 여성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에서 그들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연민의 눈으로, 누군가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누군가는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나는 과연 어떠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볼 일이다. 그들은 단지 피부색과 언어가 다를 뿐이다.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듯이 바라봐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김새도 각각 다르듯이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그들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사회 안에서 좋은 열매가 될 것이다.

군위군에는 2012년 기준으로 128가정의 결혼이민가정이 있다. 군위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들은 오늘도 우리 가족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그들의 가정이 이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매일 아침 “저희의 작은 나눔이 다문화가족들에게 희망과 기쁨이, 사랑의 밀알이 되기를 바라나이다.”라고 기도하고 있다.

군위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대구가톨릭사회복지법인에서 군위군으로부터 위탁받아 2012년 5월에 개소식을 가지면서 군위성당에 자리 잡은 후 다문화가족을 위한 교육, 상담, 한국어교육, 정보 제공서비스 및 홍보 다문화가족지원관련 기관 단체와의 연계 서비스 등으로 숨가쁜 한 해를 살았다. 3명이던 직원은 9명으로 늘어났고, 센터 위치도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여 2월에 축복식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은 다문화가족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군위군 아이돌봄 지원사업 기관으로 지정을 받아 아이돌봄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현재 다문화 가족을 위한 사업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들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그들 각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다문화가족들에게 주어지는 서비스들이 꼭 필요한가?’라며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시대는 다양성을 전제로 한 세계이며 사회구성의 기본구조인 ‘가정’도 예외라고 보기 어렵다. 이미 다문화가정이 많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이미 주어진 제도에서 바람직하고 발전된 복지방향을 잡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본다.

2012년은 다문화 가족들로 인해 행복한 한 해였다. 그들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열악한 생활환경에 마음이 아파 돌아오는 길에 한없이 힘이 빠지던 기억, 농촌의 고령화로 오랫동안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는데 다문화가족들로 인해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 “그 집 며느리 억척이야.”, “우리 남편 잘해요.”, “시어른들이 잘 해줘요.” 등 아기자기한 이야기들로 1년을 살았듯이 2013년도 작고 소박한 이야기들로 채워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