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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더 트리(The Tree, 2010)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그분의 상처로 여러분은 병이 나았습니다.”(1베드 2,24)

하느님의 용서와 치유는 어떻게 체험될 수 있는가? 성사와 은총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를 용서하고 치유하시지만 마음 한 구석에 여전히 남아있는 죄와 아픈 기억의 생채기들은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의 온전한 자유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많은 시간과 내적 작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상처들을 하느님 안에서 치유해 가면서 우리는 영적으로 성장해 나아가는 것이다. 가족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나무를 통해 보여주는 영화〈더 트리〉를 소개한다.

피터와 던은 네 자녀를 가진 부부로 소복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피터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던과 아이들은 실의에 빠지게 된다. 아빠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때문인지 딸인 시몬은 집 옆 나무에서 아빠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이 나무를 자신의 아빠로 여기고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마침 엄마 던이 취직을 하고 사장인 조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시몬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나무도 점점 커지면서 집과 가족들을 위협한다. 조지의 도움을 받아 던은 나무를 자르려 했지만 시몬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고, 어찌된 일인지 던마저도 이 나무를 죽은 남편과 동일시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작스레 생긴 태풍이 던의 집을 강타하여 나무는 뿌리째 뽑히게 되고 남은 가족들은 멀리 떠나게 된다.

아빠 피터가 세상을 떠난 자리에 있던 나무는 가족들에게 그를 추억할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장소였다. 그렇지만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은 나무를 마치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시몬은 이 나무를 자신의 아빠처럼 생각하고 보살핀다. 이 나무의 뿌리가 뻗어나가 나무 주위의 집과 울타리에 해를 입히기 시작해도 나무를 어떻게든 보호해야 할 만큼 나무는 소중하게 여겨진다. 세상을 떠난 피터가 다시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없고, 나무가 아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음에도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소중하게 나무를 지켰지만 태풍에 나무가 뽑히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멀리 떠나게 되는 것은 나무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게 될 아빠의 존재에 더 이상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지금 겪는 대부분의 삶의 고통은 현재보다 과거에 있었던 어떤 아픈 기억과 연관되어 있다. 그것과 화해하지 못하고 마음 한 구석에 남겨놓고 있을 때 그 기억은 현재를 부정적으로 만들게 된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나무가 뿌리를 뻗어 주위를 망치는 것처럼 내 자신과 가족, 주위의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 그 상처와 기억을 내어놓고 그분께서 치유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고해성사의 은총 안에서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십자가의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하느님 안에서 화해를 시도할 때, 마치 상처가 아물면 새 살이 돋듯이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해 하지 않는 평안하고 자유로운 신앙인의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터닝포인트

- 태풍으로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1:26:57~1:32:18)

진로를 알 수 없는 태풍이 갑작스레 던의 집으로 향하고 지하실로 숨을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 전개된다. 다음날 아침 던과 아이들이 발견한 것은 흩어진 잔해들과 함께 뿌리가 뽑힌 나무와 나무가 넘어가면서 망가뜨린 집이었다. 나무가 집을 망가뜨린다는 사실도 알았고, 나무를 베어 버릴 기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극단적일 수는 있지만 이 사고로 말미암아 그동안 집착하고 있던 것을 비로소 포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들을 가지고 있는가? 하느님께서 이를 알고 계시고 치유해 주실 수 있음을 믿는가?

- 고해성사 때 무엇을 고백하는가? 정작 고백해야 할 것을 말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 끝기도 때 매일의 삶을 잠시라도 되돌아보는가?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시는 매순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