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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영천성당 가족캠프
그리스도와 함께 복음을 사는 가정을!


이은영(데레사) 본지 기자

십 년만의 찜통더위를 피해 계곡이나 바다로 많은 이들이 피서를 떠났던 이번 여름. 영천성당(주임신부 : 장환명 요셉) 13가정 51명의 가족들은 7월 23일, 가족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본당을 찾았다. 사람 체온보다 기온이 높아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던 날이었지만, 참가자들과 주일학교 교사들은 ‘함께’한다는 기대감에 설렌 표정이었다. 가족 캠프 참가자들은 캠프 전 3일동안 저녁미사를 봉헌한 후 성서 가훈, 가족 구호, 가족 기도문 등을 만들며 가족캠프를 준비해 왔다고. 한 교사는 “처음에는 가족캠프에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3일기도를 하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고 가족들끼리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첫째날

오후 3시 입교미사 봉헌과 함께 가족캠프가 시작되었다. 미사 후 친교의 시간이 마련되었는데 각 가정은 무대로 나와 가족소개와 참가동기를 설명하고, 가족구호와 성서가훈도 발표하였다. 이어진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다양한 게임을 통해 다른 가족과도 친분을 쌓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저녁에 마련된 ‘도전 성가정!’프로그램은 교리 퀴즈대회로 이미 가족들에게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혼인성사’ 부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인 『가정 공동체』 문헌 요약 자료 그리고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정리한 예상 문제지가 배포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부모와 자녀간에 서로 자신의 답이 맞다며 아웅다웅하는 모습, 답을 알아낸 자녀의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도전 성가정’이 끝난 후 가정별로 복음나누기가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말씀’을 나누는 것이 처음인 가정도 있어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오고가며 솔직한 마음들이 드러났다.

 

둘째날

새벽미사가 봉헌되었다. 평소에 가족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것, 특히 새벽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조용한 가운데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에서 작은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날 오전에는 세대별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부모들은 ‘부모의 역할에 따라 형성되고 변화되는 자녀들의 성격’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자녀들은 다른 장소에서 부모들을 위한 선물과 편지를 제작하였다. 특히 편지는 자녀들의 목소리를 담아 영상으로도 제작하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편지를 읽다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함께 있던 교사들도 아이들의 이런 예쁜 모습에 마음이 짠해지면서 함께 눈물흘리기도.

 

오후에 인근의 강으로 물놀이를 다녀온 뒤 어머님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아가페 만찬’ 때문이란다. 몇몇 가족이 함께 하나의 음식을 준비해서 나누는 시간. 이 날 저녁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은 샌드위치, 김밥, 잡채, 떡볶이, 제육볶음 등이었다. 음식을 서로 나누며 ‘맛있다’는 칭찬도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함께’하면서 나누는 기쁨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저녁시간에는 ‘사랑의 가족 잔치’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막이 오르자 지도신부와 부제 그리고 수녀가 교사들의 밴드 반주에 맞추어 신나는 성가를 불렀다. 평소에 잘 볼 수 없던 성직자와 수도자의 열창 모습에 참가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지는 작은 이벤트 ‘엄마를 찾습니다’에서는 자녀가 그림자만 보고 엄마를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자녀가 한 번만에 찾아내 역시 ‘우리가족’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또한 교사들이 오랜시간 준비해 왔다는 역할극 ‘아이들은 몰라요’도 선보였다. 철없는 중학생인 주인공이 꿈속에서 엄마와 몸이 뒤바뀌는 바람에 서로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녀는 부모의 마음을,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역할극을 지켜본 자녀와 부모들은 내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날 마지막 프로그램인 ‘성가족 기도의 밤’. 자녀들이 낮에 준비했던 선물과 영상편지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성가정을 이루기 위한 가족의 다짐문도 봉헌하였다. 세족례도 했는데 아버지가 가족의 발을 씻겨 주었고, 아버지가 참석치 못한 가정에서는 맏자녀가 가족의 발을 씻어주었다. 발을 정성스레 씻겨주며 오고가는 가족들의 따뜻한 시선에서 교회 가정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주일학교 교사 이선희(26, 스텔라) 씨는 “자녀들만 참여하는 신앙학교와는 달리 캠프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들이라 많이 동적이지 않으면서도 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프로그램에 임하며 자연스레 가족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며 “이번 가족 캠프를 통해 더 친해진 가정도 보이고 또 눈에 띄게 변화되는 가정도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셋째날

마지막 날 오전에는 찰흙으로 가족의 얼굴과 내 가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을 만든 후 나누기를 하였다. 또 우리 가족이 지켜야 할 가족 십계명도 정해 보았다. 어떤 가정은 ‘조기귀가’, ‘언어순화’, ‘역지사지’ 등 4자로만 된 십계명을 만들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캠프 마지막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파견미사. 가족별 전례 봉사, 참가자들의 소감 발표 그리고 교사들이 준비한 아름다운 성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가족들에게 사제의 안수기도가 주어졌다. 특히 평화의 인사 때는 참가자와 주일학교 교사 모두,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으며 등을 토닥여주고 이마에 성호를 그어주며 평화를 빌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가족캠프 동안 참가자들은 아침, 낮, 저녁 기도로 성무일도를 바쳤다. 또 가정별로 ‘수호 천사’를 정하여 캠프 동안 틈틈히 수호천사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선행을 베풀어 영적선물로 전했다. 또한 파견미사가 끝난 후 교사들은 참가 가정에게 작은 앨범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이 앨범에는 가족캠프 동안 교사들이 찍은 여러 장의 가족 사진과 각 가정의 달란트를 지켜본 후 교사들이 직접 만든 상장도 들어 있었다. 게다가 참가 가정들이 만든 기도문과 성서 가훈, 가족 십계명도 삽입되어 있어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의 선물이 되었다.

 

이번 가족캠프에 참가한 차희정(모니카) 씨는 “평소에 아이들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했는데 캠프를 통해 솔직한 대화들을 많이 할 수 있었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성가정 기도의 밤 때 딸이 발을 씻겨 줄 때는 감동스러웠어요. 딸 다솜이도 캠프를 통해서 저를 많이 생각해주는 것 같네요.”라며 참가 소감을 이야기했다.

 

문창규 지도신부는 “가족캠프 준비 3일기도 때부터 지금까지 가족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체험했기에 보람이 큽니다. 자녀의 영상편지에 눈물 흘리던 부모들, 냉담을 풀고 회개하신 한 아버님 그리고 세족례 때 가족의 발을 씻겨주던 모습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꼈다.”며 소감을 밝히고는 “집에 돌아가서도 서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고 함께 기도한다면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과 평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가족들이 떠나기 전, 교사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배경이 되어주며 가족별로 즉석사진을 찍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떠남을 아쉬워 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가족캠프를 통해 가족에 대한 이해와 소중함을 체험한 2박 3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주일학교에서 자녀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하며 자녀 신앙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점으로 평가된다.

 

‘함께’이기에 기쁘다는 것을 체험한 영천성당 가족캠프. 이들이 캠프를 통해 체험한 ‘가정 복음화’의 중요성을 잊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가정에게 주신 사명인 ‘세상의 복음화’는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찜통더위로 수고를 더한 교사와 참가 가정 모두에게 하느님 사랑이 함께 하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