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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대구가톨릭어버이성경학교 황경순 책임수녀
말씀, 내게로 와서 나를 살게 하다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먹어야 살 수 있듯이, 신앙인은 세례를 받는 그 순간부터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맛들이며 그 말씀을 실천으로 옮기며 살아갈 때 비로소 영원한 생명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6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말씀의 못자리로 우뚝 선 대구가톨릭어버이성경학교 황경순(마리스텔라, 툿찡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책임수녀를 만나 창립 30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경북 경산시 중방동에 자리한 대구가톨릭어버이성경학교(책임 : 황경순 마리스텔라 수녀)의 교육관. 오전 수업이 끝난 뒤의 고요함이 유월의 푸르름과 잘 어우러진다. 대구가톨릭어버이성경학교는 1983년 3월 툿찡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신암동 수녀원에서 ‘어머니성서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지역의 복음화와 신자재교육을 위해 개설되어 그 해 6월 성령 강림 대축일을 성서모임 창립일로 정했다. 그 후 어머니성서모임은 어버이성서모임(1985.2)으로 개칭하였고, 2008년 2월 ‘대구가톨릭어버이성경학교’로 이름을 바꿔 현재에 이른다.

“초창기 때에는 우리 성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입학생들의 열정이 대단했고 심지어는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였다.”고 들려주는 황 마리스텔라 책임수녀는 “지금은 모체인 이곳 경산 교육관뿐만 아니라 3대리구(월성), 5대리구(구미, 김천), 고성, 태전성당에도 분교를 개설하여 성경을 가르치고 있고 또 브라질, 로스엔젤레스 분원에서도 가르칠 정도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특별한 홍보 없이 30년 동안 성경학교 수강생들의 입소문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성경공부 확산에 지대한 공헌을 한 대구가톨릭어버이성경학교는 구약 2년, 신약 2년, 심화반 2년 과정으로 주 1회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뉜다. 심화반 과정까지 수료하면 봉사자로 활동하는 기회도 주어진다. 강의는 황경순(마리스텔라) 책임수녀, 김봉자(라파엘라) 수녀, 김숙조(레사) 수녀, 김유정(알마) 수녀가 맡고 있고 사제 초청 성경특강도 열고 있다.

현재 대구가톨릭어버이성경학교의 연령층은 주로 40-50대가 주류를 이루며, 수업은 각 학년 반별로 8-9명이 모여 40분 동안 생활 나눔을 하고 전체 강의를 듣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또 매년 한 차례 학년별 국내성지순례와 격년제 해외성지순례(그리스와 터키·이집트와 이스라엘)를 통해 성경 안에서 배우고 익혔던 성지들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도 갖는다. “하느님 말씀과 가까이 있으면서 말씀을 선포하는 삶이 수강생들에게도 기쁨으로 다가감을 알 수 있다.”고 들려주는 황 마리스텔라 책임수녀는 “성경공부를 통해 수강생들이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기쁘다.”고 했다. 때때로 수강생들 중에는 오랜 세월 냉담을 하면서도 하느님과의 끈을 놓을 수 없어 어렵사리 성경학교에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럴 때는 성경공부 과정 안에서 본당과 연계하여 다시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말씀사도직 소임에 특별히 보람을 느낀다는 황 마리스텔라 책임수녀는 그동안 교직, 본당, 해외선교사도직 등의 소임을 두루 거쳤다. 그럼에도 말씀과 함께하는 지금 성서사도직의 삶이야말로 수도자로서 참으로 기쁘고 기쁜 삶이라며 활짝 웃으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2013년 5월 교구장님과 여러 신부님들을 모시고 창립 3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하면서 거듭남의 계기로 삼았다.”는 황 마리스텔라 수녀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일정 시간을 공인된 사회복지시설이나 동네 결손가정, 노약자 등을 대상으로 노력봉사를 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머리에서 발까지 잘 순환될 수 있도록 봉사활동시간도 수업시수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교회도 사회도 고령화 되어가는 시대에 어르신들의 연령에 맞도록 쉽게 가르치는 수업으로 실생활과 연관된 말씀을 전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65세 이상의 은빛연령층에서도 성경을 쉽게 접할 수 있게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후대책을 복음화 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라고 했다.

 “30년 전, 하느님께서 말씀을 원하셨을 그 때에 저희 수도회가 그 부르심에 응했다는 것, 그리고 성경공부를 통해 하느님 말씀의 힘이 개개인의 삶 안으로 스며들어 기쁘게 변화되어 하느님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나아가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에도 작은 등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이 모두가 성령의 이끄심 덕분”이라고 들려주는 황 마리스텔라 책임수녀는 “이제 우리 신앙인들도 주일미사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매일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듯이, 우리 영혼의 양식인 말씀이 나를 살리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성경에 맛들여 매일매일 말씀과 함께 말씀 안에서 기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황경순 마리스텔라 책임수녀는 가장 좋아한다는 루카복음 1장 ‘마리아의 노래’ 성경구절 일부분을 들려주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