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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기(氣)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후의 성령과 교회이해


조현권(스테파노)|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2. 성령과 새로운 교회이해

다. ‘친교’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

 

* 성서적인 이해 속에서의 ‘하느님의 백성’

‘하느님의 백성’이란 말은 구약성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표현에서 나오는 개념이다. 신약성서에서 이 하느님의 백성은 계속하여 교회 안에 존재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백성으로부터 교회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를 가리키는 ‘엑클레시아(ecclesia)’라는 단어 자체가 ‘백성의 모임 혹은 집회’를 뜻한다.

 

한편 바울로의 서간에서는 교회를 가리키는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표현이 드물게 나온다.(로마 9,25-26; 2고린 6,16) 그렇지만 바울로는 교회를 자주 ‘그리스도의 몸’으로 나타내는데, 그 자신의 근본적인 체험과 사명 그리고 교회 공동체 건설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러한 표현이 ‘성령의 성전’이라는 관념과 더불어 교회를 규정하고 있다. 바울로에 의하면 교회는 하느님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새로이 모아진 하느님의 백성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해된다.(1데살 2,14)

 

새로이 모아진 하느님의 백성이 교회이기에 신약의 교회는 구약의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의 연속성 상에 있으며, 또 그렇지 아니하기도 하다. 즉 신약의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는 이스라엘의 계속이기도 하고, 새로운 백성으로서는 이스라엘과는 다른 백성이다. 결국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성서적인 개념은 구약성서 안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을 가리키고, 신약성서 안에서는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겠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있어서의 ‘하느님의 백성’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관념은 중세기에 점점 더 잊혀져 갔고 계속해서 교계제도를 강조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관념으로 대치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가서야 바뀌게 되는데, 이에 지난 19세기 후반에 쇄신된 가톨릭의 교회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스도 중심적만이 아니라) 신(神)중심적인 이 교회론은 교회를 구조와 조직만이 아니라 신비로 이해하였으며, 하느님의 백성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그 결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동시에 ‘하느님의 백성’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의회는 사실상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표현보다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고 있다. 즉 공의회는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자기이해를 다시 의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제2장의 제목이 벌써 ‘하느님의 백성’으로 나타난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이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시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이 백성을 이루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히 섬기도록 하셨다.”(교회헌장 9)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으로 불린다. 그러므로 언제나 하나이고 유일한 이 백성은 모든 세대를 통하여 온 세상에 퍼져 나가, 처음에 인간 본성을 하나로 만드시고 흩어진 당신 자녀들을 마침내 하나로 모으고자 하신 하느님 뜻의 계획(요한 11,52 참조)을 성취시켜야 한다.”(교회헌장 13)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이 통치하시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개념은 세례를 통한 하느님의 자녀들이 원칙적으로 동등함을 의미하고 있다. 교회 구성원에 있어서의 동등한 권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목표이기도 한데, “은총으로 결합되고 일치된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관념이 모든 교회 구성원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존엄성을 나타내고 있다.(교회헌장 13 참조) 그래서 성직자들은 비록 그 직분의 성격상 교회 공동체의 중심에 있다 하더라도 교회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이 메시아 백성은 온 인류를 위하여 일치와 희망과 구원의 가장 튼튼한 싹이다.(교회헌장 9 참조) 그 백성은 하느님의 자녀를 위하여 있는데, 성령께서 마치 ‘성전’에 계시듯 그들의 마음 안에 머무르신다.(교회헌장 9)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관념이 공의회가 보여주는 교회론의 중심되는 관념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