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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우리 의사 선생님(Dear Doctor, 2009)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며 평화를 찾고 또 추구하여라.”(1베드 3,11)

그리스도인은 세상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복음적 가치를 매순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앎과 실천의 차이만큼 구체적인 상황에서 부족함과 실패를 체험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실패와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하는 만큼 어둠 속에서 빛의 소중함과 의미를 깨달아가듯이 하느님을 더 의지하며 그분께 돌아가야 함을 보다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 어떻게 본다면 이러한 과정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하느님 섭리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적인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삶의 의미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게 되는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을 소개한다.

 일본의 시골마을에 근무하던 의사 이노 오사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그를 찾기 위해 경찰은 수사를 하게 된다. 형사들은 이노의 취업서류에서 이상한 점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이노가 누구인지 알아가게 된다. 한편에서는 그가 얼마나 좋은 의사였는지 마을 사람들의 유대감과 믿음을 통해 알게 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의사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행동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면서 결국 그의 정체가 가짜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이노가 가짜 의사 행세를 하게 된 것은 안정적인 삶의 보장과 지속적으로 약을 공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노는 의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본래 의도와는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부임한 의사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존경심과 신뢰는 가짜 의사가 아닌 진짜 의사로서의 삶을 살도록 한다. 따라서 이노는 단순히 의사인 척만 할 수 없기에 밤늦게까지 의학 관련 서적을 읽고 공부해서 필요한 진료와 약 처방을 해주었고, 마을 사람들이 의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하려고 했다. 이노가 스스로 가짜임을 고백하거나 의사로서 자격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도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가짜 의사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도망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멀리 떠나지 않고 환자들 곁에 남으려고 하는 것은 그가 돈만 밝히는 사기꾼이 아니라 사람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착한 성품을 지닌 사람으로 변화되었음이 잘 드러난다.

자격과 권위가 신뢰와 존경보다 중요한 시대에 누군가를 의심없이 믿는 것은 어리석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때로는 이러한 무조건적 신뢰와 존경이 비록 부족해 보이고 자격이 없어 보이는 사람조차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신앙인으로서 믿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긍정적인 반응과 격려는 긍정적인 사고와 역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것이 어린이와 같은 마음을 지니는 것이고 세상의 부정과 악을 선으로 바꾸며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예수님 삶의 방법임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터닝포인트

- 이노가 마을로 돌아오는 장면(59:48~1:03:55)

이노는 긴급한 환자에게 힘겹게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후송하게 되고, 다행히 수술이 무사히 끝나게 되어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사람들은 이노가 사람을 살렸다는 것에 다함께 기뻐하지만 이노는 자신의 응급조치가 잘못되었을까 싶어 도망을 갈까 하다가 사람들에 휩싸여 억지로 돌아오게 되는데, 함께 기뻐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마침 걸려온 다른 환자의 호출에 망설임없이 그 환자에게 가기로 하면서 비록 엉터리 같은 존재이지만 자신을 믿고 찾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임을 깨닫게 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우리의 부족함과 잘못마저도 성화의 기회로 사용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하는가?

- 인간적인 이유로 신뢰하지 못하는 이웃이나 가족이 있는가?

- 사람들에 대한 봉사의 마음으로 내게 주어지는 삶과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