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선교지에서 보내 온 편지
꿈 너머 꿈
- 아마존 정글공동체에 장애인 쉼터 건립의 꿈(1)


김 헬레나 수녀|예수성심시녀회

 이 편지는 볼리비아 임마쿨라타 콘셉시온 마을에서 선교 중인 예수성심시녀회 김 헬레나 수녀님이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님께 보내온 편지글로,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註)

 

저희 예수성심시녀회 수녀들이 2009년 1월부터 파견되어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임마쿨라타 콘셉시온 마을은 뉴플로 데 차베스 감목대리구의 중심지로,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동북쪽(브라질 국경 인근) 약 300㎞ 지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약 18,000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50여 개의 크고 작은 정글공동체(숲속에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동네를 공동체라 말함)가 있는데 그 중 23개 공동체를 저희 수녀들이 맡아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곳은 5㎞에서부터 가장 먼 곳까지의 거리는 124㎞이며, 자동차로는 약 5시간 정도(왕복 10시간 남짓)소요됩니다.

 저희 수녀들이 처음 파견되어 시작한 사도직은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땅 끝 마을과 같은 곳에서 정글의 나무를 베어 팔고 숲을 태워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먹고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다니며 어린이들에게는 첫영성체를, 젊은이들에게는 견진성사를 준비시키고, 여성들에게는 성경말씀과 함께 위생과 성교육, 가정생활에 필요한 바느질, 수예, 뜨개 방법 등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이들에게는 간호수녀님의 명성 높은 침술치료와 함께 의약품 사용으로 더 할 수 없는 큰 도움을 주곤 하였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빈부의 차이는 있겠지만 특히 이곳은 1960년대의 세상이 공존함을 쉽게 느끼고 만나게 됩니다. 세계의 3대 빈민국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이 나라에서도 2013년의 신문화를 누리는 이들 바로 옆에서는 정글 숲을 태워 땅을 가꾸며 살아가는, 그래서 가난한 이들의 삶을 표현하기조차 민망하게 만드는 이 곳 소녀들이 있습니다. 대략 15~16세 정도가 되면 임신을 하고 조기임신에 따른 부족한 영양공급과 혈연 내 관계임신, 또 제때 예방접종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전 국민의 15%가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작은 보살핌과 관심만으로도 극복될 수 있는 장애를 안고도 치료 한 번 받을 기회조차 없이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허다한 현실 앞에서 저희 수녀들은 “세상의 가장 가난한 형제자매들을 섬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수녀회 창설자(루이 델랑드 루도비코) 신부님의 말씀을 되새겨 볼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지난해 2012년부터 정글공동체가 장애를 예방하고 극복하도록 돕기 위해 장애인들을 위한 쉼터 건립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경으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어린 누이 손에 맡겨졌다가 누이의 출가로 누이의 시집 식구가 되어, 컴컴한 부엌 한 구석을 차지한 채 출생신고조차 못하고 몇 살이 되었는지도 모른 채 하루를 1년처럼 살아가는 한 젊은이를 찾아가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걷고 싶다.’고 대답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떠난 부모를 대신하여 오빠(14세)가 돌보고 있는 뇌성마비 5세 여자아이는 발가벗겨진 채, 하루 종일 용변을 본 그 자리에서 달려드는 온갖 벌레들과 함께 땅위를 뒹굴면서도 찾아간 우리를 반깁니다. 한 번 간질이 시작되면 1주일을 죽은 것처럼 누워있는 딸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망연자실한 부모, 하루 종일 뜨거운 태양 아래에 앉아 대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울고 있는 벙어리 바보 총각….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극한 사정들에 우리 또한 그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빈손이니, 저희 수녀들은 물고기 다섯 마리와 보리 빵 두 개를 가지고 5,000명을 먹이신 주님께 의지하여 저희의 빈손을 봉헌할 뿐입니다.

 우리가 눈을 들어 바라볼 고통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온 세상이 그러하듯 특히 가난한 이 나라에서 마약은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밀려들어오는 TV, DVD 등의 전자 문명에 어른들은 물론 장애를 가진 어린아이들까지 마약이나 알코올중독, 성생활 문란 등의 삶으로 쉽게 내몰리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각 정글공동체로 이어지는 대중교통수단이 없어 먹을거리조차 마음대로 얻을 수 없는 이곳 사람들의 가난함, 언제 오갈지도 모르는 차량들을 얻어 타기 위해 한없이 기다리며 서 있는 사람들,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그저 주어진 상황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가진 만큼만 먹으며 자족하면서도 이들은 늘 웃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흙이나 나무로 엮어 만든 집 역시 아무런 경계가 없어 사람이나 짐승, 바람까지도 자유롭게 드나듭니다. 해가 지면 자신들의 몸을 뉘일 엉성한 나무침대조차 해가 뜨면 모든 집 짐승들이 와서 쉬는 나눔의 자리로 내어 놓는 그들의 마음에는 차라리 가난이 없어 보입니다.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토빗 4,7)는 말씀처럼 그 어떤 상황에도 그냥 인내하며 기다리는 이들을 찾아 오늘도 뽀얀 황토먼지를 벗 삼아 숲을 가득 메운 각종 벌레들을 피해 몸을 흔들어 춤(?) 추며 오가는 길에서 허기를 채우고, 허름한 교실 책상 위에 잠자리를 마련하여 하루의 피곤을 달래면서 그들을 찾아나서 봅니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