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가정과 사회 문제
인간 생식력은 생명 창조를 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특권이자 크나큰 책임입니다. 그러므로 혼인 안에서 이루어지는 부부행위는 부부 서로가 자신의 배우자를 향한 온전한 헌신을 드러내는 사랑의 표지일 뿐만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임에 대한 표지이기도 합니다. 부부의 성행위로 얻게 되는 행복한 느낌은 배우자간의 결속과 생명 탄생의 길을 열어 주고 더 나아가서는 부모와 자녀를, 자녀와 부모를 일치시켜 가정을 이루는 필수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시험관 수정은 부부의 인격적 사랑의 행위로부터 아기의 출산을 분리함으로써 그러한 사랑을 격하시킬 수밖에 없는 결정적 단계를 밟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출산법으로라도 자녀만 가지면 된다는 생각은 부부사랑의 인격적인 모습을 도외시하여, 출산을 단순히 하나의 기계적 작용으로 격하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일이 불임부부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화 된다면, 이는 사랑의 발로에서 형성되어야 할 가정의 모습을 심히 왜곡하여 가정을 약화시키고 손상시키게 되는 것이므로 교회는 인공수정에 의한 출산을 금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적 단위이므로 가정을 약화시키는 것은 곧 사회를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가정을 손상시키는 것은 인간존재로 성장하고 발달하는 가장 좋은 기회를 보통 사람들에게 제공할 자연적 여건을 기초부터 잠식시키는 행위입니다. 나아가 자궁 안에 착상시키기 전 오랜 기간 동안 배아를 냉동시키는 테크닉의 발달은 가족 구성원간에 존재하는 정상적인 연령 범위를 대대적으로 바꾸어, 자매인 동시에 어머니가 된다거나 어머니인 동시에 아주머니가 될 수 있는 복잡한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까지 인공수정의 폐해에 관해 말씀드린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는 인공수정을 통한 자녀출산을 비윤리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이러한 인공수정을 시도해서는 안 되며 이에 협조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인공수정을 통한 자녀 출산법은 불임부부들을 위한 복음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녀를 갖고자 하는 것은 혼인한 부부에게 있어서 본질적이고도 자연스러운 그리고 중대한 욕구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적인 불임으로 자녀를 가질 수 없게 된 부부들이 자녀를 갖기 위한 대안은 없는지 그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5. 입양 - 부모가 되어주기
자연적인 이유로 아기를 가질 수 없는 현실이라면 우리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자녀를 얻으려 하기 보다는 윤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대안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자녀를 갖는다는 생각에서 부모가 되어준다는 생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자녀 출산을 통해 부부는 자녀를 소유하게 되기보다 먼저 자녀에게 부모가 되어줍니다. 부모가 되어주는 일은 부부에게 내려진 고귀한 선물입니다. 그래서 내가 낳은 자녀라 해도 내가 자녀를 갖기 이전에 그에게 부모가 되어줌으로써 부부는 자녀를 위한 선물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내가 다른 이를 위해 좋은 선물이 되어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입양’이라는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한 혈통주의는 때때로 입양을 꺼림칙하게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불임부부들은 인공출산의 폐해와 그에 따라 저지르게 되는 수많은 반생명적이며 비윤리적인 행위들(배아복제와 잉여배아 폐기, 도중 낙태, 대리모 혹은 모르는 남자의 정자를 이용한 수정 등)을 통해서라도 내가 낳은 자녀를 갖겠다는 이기적인 유혹을 받게 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도외시한 이러한 처사들이 죄를 낳고 죽음을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성서와 역사에서 익히 보아왔습니다. 그러므로 인공수정을 통한 자녀 출산은 태어날 우리 아이가 이미 이러한 비윤리적이고도 반생명적인 희생의 결과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내가 낳지 않는 아이에게 부모가 되어주는 일은 내가 낳은 아이를 키우는 본성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더 큰 사랑입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해외 입양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에 속하고 있으며, 국내 입양 비율은 42%에 그치고 있습니다. 또한 불임의 어려움에 봉착한 부부들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는 형편으로, 매년 1만여 명의 아이들이 새로운 부모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볼 때 이런 부분은 불임부부들에게 하느님의 새로운 소명이 주어지고 있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버려지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줌으로써 그들의 불임이 불행의 연원이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한 행복의 초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공수정이 윤리적이고 의학적인 폐해를 가지는 것에 비해, 입양은 그런 폐해를 줄이는 일이 되는 것과 함께 불임부부들과 아이 모두에게 새로운 행복의 빛을 갖게 하는 참된 복음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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