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마태 6,33)
하느님과 재물.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는 신앙인의 삶과 세상 안에서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며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세속적인 삶은 동전의 양면 같이 양립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세상에서 살아야 할까? 엉뚱한 방법으로 그 해답을 찾아가는 영화 〈아빠의 화장실〉을 소개한다.
1988년 우루과이의 작은 마을인 멜로에 사는 주인공 비토는 국경을 오가며 물건을 배달하는 일로 생계를 꾸려간다. 때마침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자신의 마을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오겠다고 생각하며 다른 마을 사람들은 이들에게 돈벌이 할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고, 비토는 공중화장실을 만들어서 돈을 벌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어렵게 모아둔 딸의 교육비까지 투자해 화장실을 마련하지만 막상 교황님의 연설을 듣기 위해 마을을 찾아온 사람은 적었고, 아무도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
비토를 위시한 마을 사람들은 교황님의 방문을 신앙을 위한 영적인 기회로 보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 늘 가난에 찌들어 살기에 누구보다도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필요한 이들이기는 하지만 교황님 방문의 의미는 너무나 왜곡된다. 교황님의 연설이 방송에 나가는 중에 주인공 비토와 그 친구들은 이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지금 장사가 잘 되어야 한다는 헛된 희망에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는 것을 바라다가 자신들의 꾀에 스스로 넘어간 꼴이 되어 버렸다.
이 영화 안에 등장하는 또 다른 부정적인 요소는 “언론”이다. 언론은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올 것이라며 마을 사람들을 부추긴다. 이에 가뜩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빚을 내고, 가진 것을 방문객을 위한 음식과 장식품에 모두 투자하게 된다. 사람들의 이상한 투기 심리를 알아챘을 때 객관적인 사실로 사람들을 진정시켜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면 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마을 사람들이 큰 손해를 본 것에는 무관심한 채 교황님 방문의 의미만을 보도하는 것 역시 사람들의 고통과 근심을 외면하는 잘못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신앙인으로서 돈을 버는 것은 정당해야 한다. 그 수단뿐만 아니라 과정과 목적이 모두 순수해야 한다. 누군가를 속여서 혹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추구되는 물질은 하느님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할 뿐이다. 하느님과 재물이 그 반대편에 서는 것이 바로 이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하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물질로 말미암아 짓게 되는 죄이며 악마가 신앙인을 유혹하는 좋은 수단인 것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질수록 스스로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가진 것을 다른 이들과 기쁘게 나눌 수 있을 때 그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다.
 
 
 
터닝포인트
- 비토가 양변기를 사오는 장면(1:09:43~1:29:16)
비토는 멜레조의 일을 몰래 돕다가 딸 실비아에게 들켜 가족들의 원망을 듣게 되고 망연자실해진다. 그리고 그날 밤 아내가 내어준 비상금에 희망을 걸고 뒤늦게 양변기를 사러 떠난다. 그러나 너무 늦은 나머지 교황을 찾아오는 이들보다 늦게 마을에 도착하고 겨우 양변기를 설치하지만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양변기를 싣고 오는 과정에서 자전거 체인이 고장 나 허둥지둥하는 모습, 자전거를 빼앗겨 무거운 양변기를 들고 뛰는 모습,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그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하느님이 원하셨던 그의 삶의 자리는 양변기를 사고 호객행위를 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황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그 가치를 정직하게 사는 데에 있었던 것이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생계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하느님의 정의와 뜻에 부합하며 이웃을 돕는데 망설임이 없는가?
- 하느님의 일을 함에 있어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한 적은 없는가?
- 세상의 불의에 침묵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의하지 않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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