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어불성설(語不成說)의 교회,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교회


박성대(요한)|2대리구장, 주교대리 신부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한스 킹이 “교회란 무엇인가?”(분도, 이홍근 역, 1978)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교회가 참으로 하느님 백성이라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인 것은 ‘교회’를 ‘평신도’와 구별하여 마치 평신도는 완전한 의미에서 ‘laos(하느님 백성)’가 아닌 양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직자 위주의 그릇된 교회관이다.”(85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라오스’라는 말이 신약성경에서 ‘하느님 백성’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하여 그처럼 자주 사용되고 있는 데 반하여, ‘라이코스(laicos)’, 즉 ‘평신도(문외한, 국외자)’라는 말은 성경에 전혀 없다는 주목할 만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교회가 참으로 하느님의 백성이라면 어불성설인 것은 교회를 모든 현세적인 것, 모든 과오, 모든 죄악과 무관한 존재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이상주의적인 그릇된 교회관이다.”(92면)라고 말하면서 ‘항상 쇄신되어야 할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임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교회가 명약관화(明若觀火)하거니와, 교회는 결코 어떤 특정한 계급 또는 신분이나 교회 내의 어떤 특정한 당국 또는 관료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85면)라고 말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은 교회 안에서 동등함’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는 참으로 하느님 백성으로 본다면 간과할 수 없거니와 (명약관화한 것은) 교회는 결코 지상의 공간과 현세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초연히 존재하는 정적, 초역사적 현상이 아니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도(道) 중에, 여행 중에, 순례 중에 있다. 제자리걸음하는 교회, 거듭 새로이 지평선을 바라보며 거듭 새로운 출발을 하지 않는 교회는 자기의 과업을 망각하는 교회다.”(92면)라고 말하였다.

‘어불성설의 교회’란 ‘말도 안 되는 교회’를 말하고 있다. 이것은 반 복음적이다. 복음과는 거리가 먼 교회일 것이다. 그런 어불성설의 말도 안 되는 교회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그런 교회는 반드시 개혁되고 쇄신되어야 한다. 그리고 명약관화한 교회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 요구하는 교회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복음화이다. 어불성설의 교회에서 명약관화한 교회의 모습으로 언제나 개혁되고 쇄신되어야 할 충격적이면서 진지한 반성 과제를 한스 킹 신학자가 제공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변했고 변하고 있는 현대 세계의 일부요, 바로 이 세계를 위한 존재인 현대 교회는 실로 거대한 과업들을 안고 있다. 전통과 형식에 매여 생기를 잃고 경화된 백성을 쇄신, 규합, 소생시켜야 하고, 한때 그리스도교화 했다가 이제는 신앙을 버리고 교회와 교회의 메시지를 멀리하고 있는 지식인, 노동자, 농민들에게 다시 복음을 전해야 한다.”(16면)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교회가 만일 주님이신 그리스도보다는 교회 자신의 이론과 편견에, 형식과 법규에 사로잡혀 있다면, 당면 문제에 대처할 수가 없고 문제해결의 계기를 얻을 수도 없다.”(16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오로지 새로운 복음화’만이 깊고 빛나는 신앙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고 또 이러한 전통을 진정한 자유의 힘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절체절명의 과제인 새로운 복음화를 통하여 어불성설의 교회가 되지 않고 명약관화한 교회가 되기 위하여 심각하고도 진지한 복음적인 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