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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오 신부의 영화이야기
참새들의 합창(The Song of Sparrows, 2010)


조용준(니콜라오)|성바오로수도회 신부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면서 사는 것이 신앙인의 삶이라고 한다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무엇인지 잘 식별하면서 올바른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식별의 어려움은 늘 상대적이라는 데에 있다. 특히 참기 힘든 가난과 고통이 삶 가운데에 함께 하게 될 때 이기적인 선택도 마치 하느님을 위한 것인 양 스스로 믿고 싶어 한다. 삶의 굴곡을 통해서 자신만을 위한 삶에서 이웃과 함께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으로 나아가는 영화 〈참새들의 합창〉을 소개한다.

 

이란의 작은 마을에 사는 카림은 자신이 일하던 타조 농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딸의 보청기를 고치러 도시에 나갔다가 우연히 오토바이로 사람이나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하게 된다. 괜찮은 수입과 함께 공사장에 쌓아둔 폐품을 모으면서 나름 만족하게 살게 되었지만 카림은 여전히 이웃들에게는 불친절하고 자녀들을 나무라기만 한다. 그러나 폐품을 정리하다 사고를 당해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서야 이웃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고, 아이들의 실수도 이해하고 위로의 말을 해주게 된다.

 

카림에게 닥친 어려움은 첫째 딸의 보청기를 새로 살 돈이 없다는 것과 돈을 가불할 유일한 방법인 타조 농장에서 직장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저 막막한 그 상황에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시에서 그의 오토바이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타조 농장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지만 가난한 이들 앞에서 오히려 더 인색하다. 마당에 쌓아둔 폐품 하나도 마음대로 주지 못하게 하고 쌓아놓기만 한다. 비록 부정한 일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부는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갇혀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 안에서 유심히 볼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시선(부감-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이다. 카림이 타조 흉내를 내며 들판을 헤맬 때, 아내가 이웃에게 준 대문을 뺏어서 그걸 메고 들판을 걸어올 때 하느님은 그를 보고 계신다. 이런 하느님을 카림은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만을 위해서 살려고 한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큰 사고를 당하고서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아내가 이웃들에게 폐품을 나누어 주어도, 자녀들이 깁스에 낙서를 할 때에도 성을 내기 보다는 그걸 인정하고 받아주게 된다. 비록 그 과정은 길었지만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가족과 이웃을 바라보며 사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신앙은 성장하는데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했던가? 비록 여전히 불완전하고 걱정과 불안에 잠식된 믿음이라고 해도 꾸준히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선한 삶을 추구 할 때 우리는 조금씩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비록 실수도 반복하고 여전히 집착하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변화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터닝포인트

- 카림이 냉장고를 배달하는 장면(54:16~1:02:52)

카림은 우연하게 가전제품을 배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고, 무리를 지어 배달을 가던 도중 오토바이 고장으로 일행을 잃어버리고 헤맨다. 배달하던 냉장고를 그대로 싣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가게를 찾아가다가 장물로 팔려는 유혹에 빠진다. 이때 카림의 마음을 바꾼 것은 어디론가 실려 가는 한 무리의 타조의 모습이었다. 타조는 비록 보수는 적지만 정직하게 살고자 했던 카림의 삶의 모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카림은 배달을 맡겼던 상점을 찾아가 냉장고를 돌려주고 많은 수고비와 상점에서 계속 배달할 수 있는 아이디 카드도 받게 된다. 부정하게 이익을 취하게 하려는 유혹 앞에서 카림은 자신의 선함으로 이를 이겨낸 것이다. 직전의 장면과 이어지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카림의 선함은 아직 부족한 상태이고 가난한 이들을 무시하는 태도는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첫 번째 긍정적인 변화가 잘 나타났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부정한 이익을 취하려는 유혹에 빠진 적은 없는가?

- 나와 내 가족에게 꼭 필요한 것 이외의 것(여분)을

이웃(그것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사용하는가?

- 잘못된 선택과 방법도 하느님의 뜻인 양 생각하고 인정한 적은 없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