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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상태·김규태 신부 장례미사 강론
두 분의 사제를 떠나보내며


이문희(바울로)|대주교, 대구대교구장

오늘 우리는 우리가 모시던 두 분의 사제를 떠나보내면서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박상태 루도비코 신부님은 60년을 넘게 매일 미사를 드리셨고, 김규태 디모테오 신부님도 근 50년 동안 매일 미사를 바치셨습니다. 오늘 이 분들은 제대 앞에 가만히 누워 계실 뿐, 우리와 함께 미사를 드리시지 못하십니다. 그것은 죽음의 경지에 들어가셔서 육신이 움직여지지 않고 신체의 기능은 모두 끝이 났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매일 아침마다 미사 지내실 것을 준비하시고 또 지내시며 사신 두 사제는 미사를 지내시기 위해서 사셨습니다. 추울 때도, 더울 때도, 전쟁이 났을 때도, 명절의 축일에도 다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미사봉헌이었던 것입니다. 그 미사를 며칠 전부터 드리시지 못하셨고 마침내 성체를 영하시지도 못하셨습니다.

 

성체를 더 영하실 수도 없이 몸이 그 기능을 잃어갈 때 이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셨겠습니까? 평생을 미사를 드리시면서 날마다 더 정성을 드려 미사를 봉헌하시고자 하신 그 마음이 더 간절해지셨을 것이고, 참으로 훌륭하게 미사를 봉헌하고자 하셨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제가 미사를 바칠 때에는 예수 그리스도님을 대신하여 그리스도님이 하시듯이 그분이 되어 빵을 들고 ‘이는 내 몸이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이 내 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제는 예수님처럼 자신을 바쳐야 하고 제물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목숨을 아버지께 바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님을 따라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제물로 바칠 때 사제는 참으로 더 사제가 되고 미사는 참으로 온전히 구원의 은총을 드러내는 화해의 제사가 될 것입니다.

 

여기 두 분의 사제는 사제로서 목숨을 바쳤습니다. 예수님의 명대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실 것입니다. 이 세상을 떠나셔도 이분들은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실 것입니다. 이것을 평생 가르치시고 사람들에게 이것을 믿게 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리스도님을 이 세상에 전하기 위해서 사셨고 그리스도님을 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사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여왔습니다.

 

확실히 “믿는 이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오, 새로운 사람으로 옮아감이오니 이 세상에 깃들이던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라는 것을 두 신부님은 믿음으로 사람들에게 전하셨고, 이제 자신의 죽음으로 목숨을 걸고 그 신앙이 참됨을 저희들에게 보이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사제이신 두 신부님께 존경과 사랑을 드리며, 하느님께서 이분들에게 큰 은총을 베푸시고 유족들과 저희 모두에게 신덕을 더해 주시기를 빕니다.

 

박상태 루도비코 신부님 그리고 김규태 디모테오 신부님, 내내 평화의 안식을 누리고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