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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와 함께 하는 생명의 문화 확산을 위한 연중캠페인
소통은 들어주기에서 시작된다


박성우(파비아노)|성주군 종합사회복지관장

오전부터 복지관 사무실이 소란스럽다. 복지관 이용자가 다른 사람은 다 도와주면서 자신은 왜 도와주지 않느냐며 막무가내로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분은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복지관을 방문하여 무조건 도움을 달라고 하신다. 아무리 상황 설명을 해도 본인의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담당 사회복지사도 이 분만 오시면 우선 마음부터 답답해 한다. 참 난처하다.

요즘 세상의 화두가 ‘소통’인 만큼 ‘소통이 국가 미래의 경쟁력이다.’, ‘소통하지 않는 조직은 오래갈 수 없다.’ 등 모든 분야와 관계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막상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진정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이 어려운 것은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과 의견의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이 경험한 범위 내에서의 생각과 의견만을 사실로 믿는다.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 즉 진실이라 해도 내 경험과 내가 속한 곳에서 나온 말이 아니면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반대하고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점점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특히 실천현장에서의 소통은 ‘경청’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각각의 공동체 안에서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느님의 사랑을 잘 받아들이는 것 또한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이웃에 대한 사랑 역시 이웃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말씀뿐만 아니라 들을 귀도 주신 것이 바로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시다. 우리가 이웃에게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배워 그들에게 실천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서도 들어주기보다는 무엇인가 주고 와야 한다는 강박감에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놓고 온 적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말 잘하는 것이 자신들의 유일한 봉사거리임을 피력하곤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잘 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이상의 진정한 봉사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어 줄 사람을 찾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노인의 4가지 고통인 병고, 빈고, 무위, 독거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이 독거, 바로 외로움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야 할 곳에서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의 말을 들어줄 수 없는 사람은 하느님 앞에서도 하느님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경우가 많다.

소통, 그것은 온 마음을 다해 들어주고 수용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뿐만 아니라 이웃의 말을 귀담아 듣는 좋은 귀, 건강한 귀를 가지고 세상 사람들과 진정한 소통을 해 나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