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루카 15,24)
하느님은 회개하는 죄인을 용서하시고 당신의 자녀로 받아들이신다. 아무리 그 죄가 크다 해도 용서받지 못하는 죄는 없다. 우리는 이러한 하느님의 용서를 잘 알고 있고, 믿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회개한 죄인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는가? 믿음과 현실의 괴리가 내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의 불완전함과 반복음적 성향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다. 공동체의 배타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처와 단절을 말하는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을 소개한다.
세진은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오고, 작은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한다. 얼마 후 같은 동네에 사는 충식의 딸인 미림의 실종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세진의 아동성폭행 전과가 드러난다. 사람들은 점차 세진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세진은 용의자로 조사까지 받게 된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세진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의심을 넘어 범인으로 지목하기에 이르고, 세진의 가족들이 마을을 떠나기를 종용한다. 충식은 세진이 진범임을 확신하고 공권력을 대신해 개인적인 복수를 시작하고, 결국 세진을 해치게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특별히 악하거나 집단 이기주의로 포장된 이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미림의 실종으로 말미암아 그들 마음 안에 숨겨져 있던 배타성과 의심은 점점 이들을 바꾸어 놓는다. 타지에서 들어온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과 우연히 알게 된 세진의 과거는 그를 착해 보이는 젊은이에서 아동성애자 내지는 살인자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서,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범인이어야 하는 사람으로 사람들의 인식은 차츰 바뀌어 간다. 그리고 의심은 폭력의 힘을 빌려 세진을 점점 공동체에서 밀어낸다. 그리고 그 끝에 있어서는 안 되는 극단적인 행위까지 이어진다.


안타까운 것은 마을 사람들이 한 목소리가 되어 그를 처벌하고 단죄하라고 했을 때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의 여동생마저도 마을 사람들의 따돌림에 상처받아 세진을 떠나고 세진의 엄마만이 남게 된다. 사람들의 의심 앞에서 세진을 끝까지 믿어주고 그를 보호하려던 몇 사람의 이웃들이 있었다면 충식의 폭력과 복수를 미루고 미림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알게 될 충분한 간격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입소문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할 때 그 판단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이고 틀린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새로운 사람들,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특정한 사람을 단죄하고 비판할 때 보다 긍정적이고 복음적인 시선을 가질 때 공동체의 무책임한 폭력을 완화시킬 수 있고, 긍정적인 변화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한다.
터닝포인트
- 미림의 장례식 장면(1:06:55~1:08:50)
부검이 끝나고 충식은 딸 미림의 장례식을 치른다. 장례식에 온 마을 사람들은 범인인 세진을 풀어준 것에 분개하면서 백 형사를 추궁하고, 충식은 옆에서 슬픔을 삼키고 있다. 사람들의 분노는 분명 미림의 죽음에 관한 것이고, 그 죽음의 원인으로 세진이 지목된다. 사람들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고 격한 감정에 쌓이게 될 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은 불가능해 진다. 그리고 이에 대해 같은 감정을 가지지 않거나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비판받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분노는 충식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까지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나의 삶을 통해서 실천하는가?
- 세상의 폭력적이고 반복음적인 가치와 판단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 낯선 이들을 경계하며 불친절하게 대하지는 않는가?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해 본 적이 있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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