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숱한 사연과 다양한 이유로 정신적, 육체적 삶의 위기에 처한 현대인들에게 임상사목교육을 통해 효과적인 영적돌봄을 제공하고자 설립된 대구 성바오로 임상사목교육센터.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대구 성바오로 임상사목교육센터장 이은선(베로니카,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수녀를 만나 그 이야기들을 1문 1답으로 풀어보았다.
전국 12곳에서 임상사목교육(Clinical Pastoral Education, CPE)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요, 임상사목교육의 주된 역할이 무엇인지요?
우선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 임상사목교육)가 어떤 교육인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 교육은 1920년대 미국 장로교 안톤 보이슨 목사와 내과 의사인 리차드 케봇에 의해 시작된 사목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영혼들을 만나는 사목자가 위기에 처한 영혼들을 돌봄으로써 사목자의 역량을 키우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당시 안톤 보이슨 목사는 4명의 신학생을 선발하여 보스톤의 한 병원에서 처음으로 교육을 시작하였어요. 육체적 질병으로 누워 있으면서 동시에 마음까지 아픈 환자들을 신학생들로 하여금 돌보게 함으로써 미래의 교회 사목자가 될 준비를 시켰던 것이죠. 그리고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였기에 ‘임상사목교육’이라고 칭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환자뿐 아니라 마음이 아픈 모든 영혼들을 대상하고 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의 가장 주된 역할로는 사목현장이나 일터에서 마음을 다친 이들을 돌보면서 환자들에게 전인치료를 하여 하루 빨리 육체적 치유에로 나아가게 하고, 그와 함께 영적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구에서는 언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또 수녀님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임상사목교육을 접하게 되었는지 들려주세요.
대구에서는 2007년 9월,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본원에 교육센터가 생기면서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만 6년째 접어들었네요. 교육의 첫 그룹은 5명의 수도자와 3명의 평신도로 구성(한 그룹이 8명)이 되었어요. 수도자는 병원의 원목수녀님 4명, 청원자 담당 수녀님이 1명, 평신도로는 사회복지사 1명, 상담가 1명, 원목봉사자가 1명이었죠. 회원들은 센터에서 영혼돌봄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각자의 일터나 봉사의 현장에서 마음이 부서진 영혼들을 전문성을 가지고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가 CPE 교육을 받게 된 계기는 2004년 부산교구 메리놀병원에서 4년간 원목소임을 하던 중 당시 병원장 신부님의 배려에 의해서였어요. 아마도 그 당시 병원장 신부님께서는 육체적인 질병은 의료인들이 치유하겠지만 마음의 아픔과 치료를 위한, 즉 전인치료를 위해서는 원목자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 영향 덕분에 저 스스로도 CPE를 통해 환자들의 영적돌봄이 왜 필요한지,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돌보아야 하는지를 이론적으로 알게 되었고 훈련을 받음으로써 만남의 현장에서 실천하게 되었죠. 결국 원목이라는 소임으로 접하게 된 CPE는 제 수도생활을 행복으로 이끄는 큰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어요.
국내 첫 수퍼바이저(Supervisor) 자격증을 한국 CPE 협회로부터 받으셨는데, 수퍼바이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역할은 무엇인지요?
CPE 교육과정은 기본과정과 지도자과정으로 나누어지는데, 기본과정은 매주 8시간의 세미나 시간과 12시간의 임상실습을 최소한 16주동안 하도록 되어 있어요. 이렇듯 교육기간이 길고 많은 것은 교육을 통한 훈련의 개념이 더 크고 다른 교육과 달리 이론이 아닌 경험에서 이론을 도출해 나가는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재없이 교육생들은 자신이 만나는 환자나 내담자와 가졌던 돌봄의 대화를 일정한 양식에 따라 작성하는데, 이것이 주된 교재가 되고 나아가 교육생 자신의 자서전이 교재가 되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1Unit이라고 하는데 수퍼바이저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이 기본과정을 4Units을 해야 하고 지도자 과정(SIT-Supervisor In Training)은 8Units을 하면서 이론문을 써서 심사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오랜 교육기간을 거쳐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 수퍼바이저는 교육생들에게 맡겨진 환자나 내담자의 돌봄을 위하여 학생들의 치유자, 교육자, 자문가, 중재자, 안내자 등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임상사목교육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또 수료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요?
교육과정은 봄학기(1월 중순~5월 중순, 매주 8시간, 16주), 여름학기(6월 중순~8월 초순, 매주 16시간, 8주), 가을학기(8월 중순~12월 중순, 매주 8시간, 16주)로 해서 1년에 3차례 교육생을 모집합니다. 그룹당 8명을 넘지 않도록 모집을 하는데 이렇듯 숫자를 제한하는 이유는 교육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교육, 훈련시키기 위함이에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등 외국에서는 개신교신학교일 경우에는 필수과목으로, 가톨릭신학교에서는 필수 또는 선택과목으로 신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되어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1970년대 아일랜드 외방선교회 신부님들에 의해 서울에서 시작되었지만 간헐적으로 실시되어 오다가 미국에서 수퍼바이저 자격을 취득하신 예수회 정무근 신부님이 2002년 국내로 들어오시면서 서울 CMC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 신부님에 의해 지도자가 배출됨으로써 2007년 한국 CPE협회가 생겨났고 협회를 중심으로 현재는 전국 12개 센터에서 많은 학생들이 배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구관구 대신학원의 교과과정이 7년제로 개편되면서 복음화과정에 있는 신학생들이 정식으로 이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고, 또 하나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병원사목을 하는 성직자, 수도자들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로는 개개인의 영혼이 많이 자유로워진다는 것과 자기자신의 돌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에요. 그 다음으로 내 가족의 돌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내 이웃과 내담자나 병원에 누워 있는 환자의 돌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영혼이 아픈 사람들을 알아보는 눈이 열리게 됨으로써 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담소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소리없이 상담에 임하게 된다는 것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임상사목교육이 수도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요?
저는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수도성소를 선택하였어요. 그리고 2003년부터 병원원목소임을 하면서 일반 환자들과 호스피스 환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특별히 호스피스 환자들의 삶의 고백과 그들의 희망을 들으면서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행복이란 외부 조건, 즉 ‘내가 성취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요.
한 마디로 CPE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시켜 주었고, 제가 선택한 수도자의 삶을 통하여 참으로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어요. 또 현재 제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로 인해 성찰능력이 키워졌고, 신학적 성찰훈련으로 지금 이 상황에서 하느님을 의식하고 그분을 초대하면서 함께하는 살아있는 신앙의 깊이를 더해 주었어요. 그 중에도 가장 큰 결실은 현재에 머물면서 최선을 다하고 즐기며 의미를 두는, 즉 제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놓치지 않고 살아감으로써 행복해지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구 CPE센터에서는 앞으로 어떤 계획들을 구상하고 계신지요?
대구 CPE센터라고 하면 성바오로 CPE센터와 대구대교구 CPE센터(센터장 : 이태우 프란치스코 신부)를 말하는데, 성모당을 배경으로 나란히 위치해 있는 두 센터가 앞으로 서로 협력하여 몇 가지 계획들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첫째,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영남지역세미나를 더욱 활성화시켜 교육을 수료한 이들과 영혼의 돌봄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전문성을 훈련해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둘째, 긴 교육시간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교육생들을 배려하여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계발할 생각입니다. 셋째, 사회단체와의 연대성을 고려하여 병원, 사회복지시설, 교육기관 등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이 교육을 원할 때 해당 기관에서 교육비의 일정액을 지원하고 직원승진평가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 등입니다.
인터뷰 내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결국 임상사목교육은 개개인이 행복해지는 교육이고, 자신의 행복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끝으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음으로써 영혼의 어둠을 빛으로 밝혀 하느님 나라가 더욱 확장되어 나가기를 빌어봅니다.
* 문의 : 053. 659. 3342 / 053. 659. 3310 / 010. 4143. 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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